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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미술의 세계

    ‘쓱쓱싹싹’ 생동한 붓질…손맛 강렬해진 홍순명 신작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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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리만머핀 4인전에 나온 홍순명 작가의 2023년 작 ‘히우그란지두술’(Rio Grande do sul)의 세부. 집요한 붓질의 흔적들이 화면 좌우로 일렁거리며 관객의 시선을 빨아들인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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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는 맛으로 그린다.



    붓 쥔 손을 꼬물거려 획을 휙 긋고 물감을 확 퍼지르는 것. 화가들의 그림은 곰삭은 음식처럼 손질의 맛이 긴요하다. 예술가의 몸기운을 표현하는 가장 유력한 방식인 까닭이다. 연륜이 쌓일수록 강약을 가감하며 붓질하는 손맛의 리듬감에 빠져들고, 재현의 강박감을 어느새 밀어내는 경지로 접어들곤 한다.



    넘실거리는 붓 기운으로 각기 다른 손맛의 세계를 보여주는 중견 회화 작가들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미국 유력 화랑 리만머핀 갤러리의 서울점(한남동)이 새해 첫 전시로 마련한 국내외 작가 4명의 연합 기획전 ‘숭고한 시뮬라크라’다.



    눈길을 빨아들이는 건 홍순명(65) 작가의 붓기운 넘치는 신작 그림들이다. 눈여겨 보았던 일상 공간의 숲과 새들이 노니는 물가, 열대 삼림, 길가의 풀꽃 등 풍경을 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한 추상적 색면과 형상으로 재구성했다. 추상화한 낯선 풍경을 구현하기 위해 에너지 넘치는 붓질의 흔적을 집요하게 화폭에 점착시키는 특유의 제작 방식을 더욱 집중시킨 스타일로 드러냈다.



    특히 열대 삼림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들머리의 ‘히우그란지두술’(Rio Grande do sul, 2023)은 18세기 겸재 정선의 기운생동한 관동 풍경인 ‘통천문암’의 울렁거리는 물살의 파장을 연상하게 한다. 화면을 좌우로 나눠 왼쪽은 열대림의 심연을 명암의 대조가 뚜렷한 강렬한 붓놀림으로 처리하고, 오른쪽은 살굿빛을 띤 열대 기후 혹은 토양과 대기의 추상적 이미지를 미묘한 굴곡을 이루며 울렁거리는 색면의 흐름으로 나타냈다. 물가 새들의 밝은 빛깔과 대조를 이루는 땅과 하늘의 짙고 거친 색감을 역시 강하게 휘젓는 붓질의 연속적인 흔적들로 표현한 ‘저기, 일상’ 연작(2024)이나 질질 흘러내리는 물감층과 붓질의 흔적이 어우러진 숲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낯설게 마주한 익숙한 풍경’(2024)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우뚝 선 목조각상에 대자연과 인간의 삶을 표상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풍경의 본질을 목조각과 화폭에 그림으로 표출해온 90살 원로 작가 김윤신의 ‘내 영혼의 노래’ 연작들은 또 다른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출품작이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고 작가 김창억(1920∼1997)의 풍경 추상회화, 비잔틴 모자이크화를 떠올리게도 하는 미국 중견 작가 스콧 칸(79)의 초현실적인 풍경 회화들도 같이 나왔다. 3월15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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