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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막을 길 없는 난방비 ‘폭탄’…에너지제로 건물·재생열로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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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해오는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2022년 2월 이후 3~4배 급등했다. 이후 겨울이면 ‘난방비 폭탄’ 기사가 단골뉴스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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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해마다 겨울이면 심각한 ‘난방비 폭탄’,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A. 네, 이번 겨울에도 난방 요금이 화제입니다. 수십만원에 달한 1월분 주택 관리비에 말이 많았는데, 조만간 2월 요금이 고지되면 더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난방비가 앞으로도 오르면 올랐지, 내릴 일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죠. 난방을 주로 가스로 하기 때문입니다.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해오는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2022년 2월 이후 3~4배 급등했습니다. 이후 겨울이면 ‘난방비 폭탄’ 기사가 단골뉴스가 됐죠. 지난해 겨울에도, 이번 겨울에도 ‘폭탄’은 반복해 터지고 있습니다.



    가스요금은 8~9할이 원료비입니다. 그래서 원료 가격이 오르면 최종 소비요금도 연동해 올라야 합니다. 1998년 이후 원료비연동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물가를 고려한 정부가 이를 수시로 막아섭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가스공사가 받지 못하는 미수금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전쟁 전인 2021년 말 1조8천억원이었던 가스공사의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2년 8조6천억원, 2023년 13조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말 14조원까지 쌓였습니다.



    이 돈은 가스공사가 손해를 봐가며 가스를 공급해 발생한 겁니다. 20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공사의 부채처럼, 국제 연료 가격의 상승의 부담을 가스공사가 대부분 떠안은 셈이죠. 그러니 지금 터진 폭탄도 그나마 덜 터진 수준이랄까요. 미수금이 해소될 때까지, 앞으로도 수년간 가스요금을 계속 올려야 하고 지금 같은 난방비 폭탄이 불가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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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이날 ‘미수금이 언제쯤 해결이 되느냐’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 상황으로 그냥 간다면 7년 내지 8년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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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데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가스공사 미수금도 해결해야 하고 물가도 잡아야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가스 사용을 줄여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도 엄연히 화석연료이니까요. 유럽엔 이미 난방·취사용 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참에 우리도 수입에 의존하는 가스 사용을 구조적으로 줄여갈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가스는 주로 건물 난방에 쓰입니다. 도시가스 사업통계 월보를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공급된 도시가스 중 41.1%는 가정용으로, 32.3%가 산업용으로 쓰였습니다. 가스가 주로 주택의 난방과 온수, 취사 등에 쓰이는 거죠. 그러니 가스를 덜 쓰려면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다행히 신축 건물은 계획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제로에너지건물’(ZEB) 의무화 제도가 시행돼 단계적으로 확산 중입니다. 제로에너지건물은 건물의 에너지자립률(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율)에 따라 1~5등급을 부여하는 인증 제도인데, 대상 건물은 준공 전 5등급(자립률 20% 이상) 이상의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올해부턴 500㎡ 이상 모든 공공건축물과 1000㎡ 이상 민간건축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 의무화 대상입니다. 2030년 이후엔 500㎡ 이상 모든 건축물로 대상이 확대됩니다. 신축 건물이 최소 20% 이상 에너지자립률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죠.



    문제는 기존 주택입니다. 기존 주택도 제로에너지건물 인증을 받게 할 유인이 필요한데, 아직 구체화한 계획이 없습니다. 만약 모든 주택이 이런 인증을 받게 되면 임대차 계약 때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전자제품 구매 때 에너지효율등급을 확인하는 것 같은 거죠. 임차인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을 피하거나 계약 체결 전 임대인과 주택 수선을 상의할 수 있게 됩니다. 소유와 이용이 분리된 민간 임대시장에선 기본적으로 주택 개량이 이뤄지기 어렵단 점을 고려한 것이죠. 이런 제도는 이미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주택 임대나 매매 때 건물의 에너지 효율 인증(EPC) 서류를 공유하게 합니다. 이 서류엔 해당 건물의 에너지효율등급과 함께 에너지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한 정보도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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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지(LG)전자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공개한 히트펌프 신제품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 친환경 냉매를 적용한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으로, 외부 공기에서 얻은 열에너지와 냉매 ‘R290’을 이용해 냉난방·온수를 공급하는 ‘공기열원’ 방식이다. 엘지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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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난방을 가스가 아닌 ‘히트펌프’로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히트펌프는 냉매를 이용해 외부에서 열을 끌어오거나 내부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연료를 태워 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동시키는 개념이죠. 연료를 이용한 난방기기보다 최대 1.5배 효율이 높고, 단순한 전기히터 난방보다 2~3배 효율이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금도 큰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쓰는 냉난방 겸용 시스템 에어컨들이 이런 히트펌프입니다. 삼성이나 엘지 같은 기업도 유럽과 미국에 히트펌프를 수출하지만, 정작 국내 보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덜 알려졌고 그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죠. 현재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전력의 필요성은 얘기되지만, 아직 ‘재생열’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히트펌프 보급을 늘리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합니다. 여전히 많은 건물의 겨울철 실내온도가 적정 온도인 20도보다 높은 편이죠. 20도에서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난방비는 15% 이상 상승합니다. 반대로 1도 낮아지면 에너지 소비량이 7% 줄고 탄소 배출량도 10%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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