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시리아 정부군이 옛 아사드 정권 잔당들과 충돌하며 서부 해안 지역에서 1300여명이 희생됐다. 시리아 서부 하마 지역의 공동묘지에서 가족을 잃은 시리아인들이 장례식에 참석해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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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아사드 정권 세력과 과도정부군이 충돌한 시리아에서 인명피해 규모가 점점 늘어나 나흘째 1300명을 넘어섰다. 과도 정부는 국가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일부 정부군이 진압과정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책임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기반 시리아 분쟁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 6일 분쟁 촉발 이후 민간인 973명이 숨졌다며 이날 최신 통계를 발표했다. 하루 전 발표보다 민간인 피해규모가 약 200명 이상 늘었으며, 과도정부군과 옛 아사드 정권 세력의 사망자수까지 합하면 총 1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충돌은 옛 아사드 정권 세력들의 매복 공격으로 촉발됐으나 진압과정에서 과도정부군이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9일 시엔엔은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보복살해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라타키야의 한 주민은 시엔엔에 “무장한 사람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치 오락의 형태처럼 사람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사람들은 도망쳤으며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은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과도정부군이 아사드 정권에게 수십년간 당했던 것과 동등하게 할 것이라 말하며 보복했다고 주민들은 토로했다.
시리아 대통령실은 서부 라타키야 일대에서 시작된 유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독립적 국가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아흐마드 샤라아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은 9일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민간인 유혈 사태에 연루되거나, 국가 권한을 초과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한 모든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정권의 잔당들과 그들의 외국 후원자들이 새로운 분쟁을 선동하고 국가의 통합과 안정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국가 통합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들어선 시리아 과도정부는 13년 이상 내전으로 얼룩진 시리아를 재건하고 외교관계를 다시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이달 초 헌법 초안을 작성할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법치주의에 기반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대규모 희생자를 낳은 이번 충돌 사태로 시리아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에이피 통신은 “시리아에서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생해 내전의 악몽을 다시 열어젖혔다”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날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민간인 살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은 최근 며칠간 시리아 서부에서 사람들을 살해한 이슬람 급진 테러리스트를 규탄한다”며 “시리아 과도 정부는 소수민족공동체에 대한 이런 학살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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