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연일 경신하던 두 달 전과 달라진 시장
트럼프 가상자산 정책에 실망·관세정책엔 위축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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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보에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대를 겨우 턱걸이했다. '가상자산 대통령(크립토 프레지던트)' 트럼프 취임을 계기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열기는 불과 두 달 사이 옛말이 됐다. 최근 발표된 트럼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불안한 관세 정책까지 겹쳐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다.
10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9시 30분쯤 24시간 전보다 6.88% 하락한 8만607달러로 집계됐다. 저가 매수를 노린 일부 투자자들이 유입되며 오후 들어 소폭 반등했으나, 오후 2시까지도 8만3,000달러선을 넘지 못했다. 대표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과 리플도 오전 한때 10% 가까이 급락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5%대로 줄이며 각각 2,073.51달러와 2.2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나흘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건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였다. 7일(현지시간)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들을 백악관에 초대해 진행한 '가상자산 정상회담'이 기대와 달리 뾰족한 가상자산 활성화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난 탓에 비트코인은 8만 달러 초반대까지 빠졌다. 전날 전략 자산으로 비트코인 등을 비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서명에도, 추가 가상자산 매수 계획이 없다는 미 정부의 발표에 9만 달러 선은 이미 무너진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가상자산 지지 발언으로 1월 비트코인을 최고치인 10만9,114.88달러까지 밀어올린 주인공이다. 하지만 취임 후 40여 일간의 무관심 속에 투심은 급격히 흔들렸고, 사실상 첫 가상자산 정책 발표에 다시 관심을 보였던 시장에 실망만 안겼다.
오히려 시장은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의 유탄만 맞았다. 중국이 미국산 농축산물에 2차 보복관세를 10일부터 시행하면서 시장엔 긴장감이 커졌고, 비트코인 가격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8월 전 가상자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가 공언했으나, 위험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 기조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할 전망이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까지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하는 것(관세 정책)은 미국으로 부를 되돌려 오는 일이며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과도기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봤다. 거시경제·가상화폐 전문 분석가인 노엘 애치슨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과 관련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상 자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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