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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5 (목)

    “비행기 돌려라” 법원 명령에도 이민자 추방 강행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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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6일 엘살바도르 경찰이 미국 정부가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조직원이라는 혐의로 추방한 수감자들을 호송하고 있다. 이들은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엘살바도르의 테러범 수용소 세코트(CECOT)로 옮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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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범죄 조직원들이라며 베네수엘라인 수백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미국 법원이 비행기를 돌리라고 명령했지만 소용없었고, 이들은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감옥인 ‘세코트’(CECOT·테러범수용센터)에 수감됐다.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16일 베네수엘라 범죄조직인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 238명이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며 동영상을 올렸다. 트렌 데 아라과는 주로 베네수엘라 출신들로 구성된 범죄 조직이며, 미국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에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의 신원이나 이들이 실제로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영상을 보면 이들은 수갑과 족쇄로 결박된 채 비행기에서 끌려 나와 호송차에 태워졌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들이 중남미 최대 규모 자국 감옥 세코트에 1년 동안 수감될 것이며, 수감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미국이 지불하는 돈은 적지만 우리에게는 큰돈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엘살바도르 범죄조직인 엠에스(MS)-13 조직원 23명도 미국에서 추방돼 엘살바도르에 함께 도착했다고도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을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돈을 받고 미국에서 추방된 범죄자들을 세코트에 수감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번에 첫번째 사례가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중 적국의 국민을 즉시 추방하는 내용을 담은 1798년 제정 ‘적성국 국민법’을 추방의 법적 근거로 이용했다. 이에 베네수엘라 국적 수감자 5명이 제기한 소송을 다루고 있는 워싱턴디시(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법 적용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14일 동안 추방 중지를 명령했다. 이후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거나 비행 중이라면 어떻게든 미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긴급 구두 명령을 내렸다. 구두 명령은 미국 동부시각 기준으로 저녁 7시가 되기 직전에 내려졌고, 저녁 7시26분께 서면 명령이 법원 전자서류로 올라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법원의 명령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합법적 근거 없는 법원의 명령이 테러리스트 외국인들이 이미 미국 영토에서 추방된 뒤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판사의 명령대로 회항할 수도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법원이 이송 중단을 명령했다’고 전하는 기사에 “저런… 너무 늦었어”라고 글을 쓰고 웃는 이모티콘을 달며 조롱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을 내어 “베네수엘라 이민을 부당하게 범죄화하는 것”이라며 “노예제부터 나치 강제수용소의 공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비행기의 정확한 이륙 시간은 아직 불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비행 기록 검토 결과 연방 판사가 사건을 검토하는 동안 두 대의 비행기가 엘살바도르로 출발했고, 세 번째 비행기는 서면 명령이 내려진 직후에 출발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이송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선 국가 안보상 밝힐 수 없다며 거부했다. 다만 당초 소송을 제기했던 5명의 원고들은 추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16일 연방법원에 낸 항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사법적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연방법원은 ‘전쟁 권한’ 행사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는 논리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고의로 무시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사법부와의 정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아담 윙클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사실 관계를 좀 더 파악해야 한다”면서도 “시점 보고가 사실이라면, 행정부는 구속력 있는 법원 명령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처벌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행정부가 사법부 명령을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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