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지난 3월 10일 국내의 한 진보 성향 언론이 “[단독] ‘핵무장론’ 확산에 미, 한국 ‘민감국가’ 분류…AI 등 첨단기술 협력 길 막힐라” 제목의 기사를 써서 마치 한국의 핵무장론 확산 때문에 미 행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 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도했다.
문제의 3월 10일자 기사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심각한 오류를 갖고 있다.
첫째, 문제의 3월 10일자 기사는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으로 분류된다는 공문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들에 이달 초에 통보되었다고 보도했는데, 실상은 미국 에너지부(DOE) 대변인은 3월 14일 연합뉴스에 답변한 것처럼 한국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서‘민감국가’가 아니라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이 한국이 마치 ‘민감국가’에 포함된 것처럼 자체 핵무장론을 반대하는 특정 진보 언론의 오보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미국 에너지부(DOE)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질문에 대해 “현재 한국과의 양자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DOE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문제의 3월 10일자 기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하기 전의 상황을 무시하고 한국이 갑작스럽게 민감국가로 분류된 원인은 한국 정치권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핵무장론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부적절하게 단정했다.
그리고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여 이 같은 근거 없는 추정을 자기정당화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SCL에 추가한 2025년 1월의 한국 상황을 돌아보면, 그 전인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치가 있었고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같은 달 14일에 가결되는 정치적 격변이 있었다.
이 같은 기준에 의하면 한국은 당시 그리고 현재에도 심각한 ‘지역 불안정’으로 인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당시 미국 의회에서 즉각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비판했다.
한국계로는 처음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민주·뉴저지) 연방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계엄령 선포 방식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인 기반을 약화하고 국민이 안보와 안정을 누려야 할 시기에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라고 평가했다.
친한파인 하원 외교위원회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대한민국 국회가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에 종지부를 찍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190대 0으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시도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오랜 한·미동맹, 특히 공동의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을 둔 국방 파트너십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끔찍한 결정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국방 요소인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의회 ‘코리아 코커스' 공동 의장인 아미 베라 의원(캘리포니아)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계엄령 선포를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의 민주 제도를 존중하고 법치를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서는 미 행정부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비판했다.
올해 1월 6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미국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1월 10일 설리번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에 대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충격적이고 잘못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이 한미관계를 시험대에 오르게 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체 핵무장론 논의는 한동안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핵무장론 확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추가했다고 일부 진보 언론과 비확산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며 한국의 국가생존을 위한 자체 핵무장론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악마화하고, 먹칠하고자 하는 ‘마녀사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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