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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美 공동연구 원자력연 "보안 문제 없었다"... 풀리지 않는 민감국가 지정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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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의심 원자력연 강하게 부인
"정말 큰일이었으면 해고만 했겠나"
국제공동연구 보안체계 점검 필요성
"과도한 반응 줄이고 차분히 해결을"

지난해 5월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 의회에 제출된 반기 보고서. 한국이 연루된 미국 원자로 설계 정보 유출 시도 적발 사례가 수록됐다.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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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목록에 오른 배경에 원자력 기술 유출 시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하면서 원자력계와 정부 당국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원자력 연구개발(R&D)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사실 확인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론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사안은 아닐 거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아이다호 설계코드? 옛날 기술일 텐데..."


18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2023~24년 원자력 기술 유출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이목이 쏠렸다. 원자력연이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 주기적으로 인력을 파견하며 10년 넘게 공동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연은 한국형 원전(APR1400)과 소형 일체형 원자로(SMART) 등을 개발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고, 아이다호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 전력을 공급하는 등 명성이 높은 곳이다.

일각에선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람이 두 기관의 사고저항성핵연료 연구에 관여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원자력연은 “당시 아이다호연구소에 오갔던 직원들에게 확인해봤지만 보안 문제가 생긴 적이 없으며, 특히 사고저항성핵연료는 공동연구 대상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두 기관은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함께 개발 중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1를 재처리하는 방법이고, 사고저항성핵연료는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잘 견디게 만드는 핵연료라 서로 다른 기술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 시도 당시 아이다호연구소에서 빼내려다 적발됐다는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원자로를 설계할 때는 수많은 소프트웨어(코드)가 쓰이는데, 아이다호연구소가 만든 코드는 ‘옛날 버전’이라는 것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지금 현장에선 쓰이지 않는 코드일 가능성이 높고, 2000년대 초반까진 공개돼 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 아닌 다른 나라가 유출하려 한 뒤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됐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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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문가가 '정황상' 짐작하는 코드와 에너지부가 문제 삼은 소프트웨어가 동일한 건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을 민감국가에 올려놓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었다면 당시 기술 유출 시도자를 해고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을 거란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사안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도 "큰 문제인 것처럼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된 것이 유감이다. 큰일이 아니다(It's not a big deal)"라고 말했다.

"조사는 계속... 정보 부족해 혼란 가중"


과기정통부와 산하 연구기관들은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을 오간 직원들을 파악하느라 기존 업무에 차질을 빚을 지경이라고 토로하는 연구기관도 있다. 워낙 공개된 사실이 적어 미국 에너지부와 한국 외교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상세한 사실관계를 밝힐 때까지는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와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에 내용을 파악해봤지만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편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 공동연구 현장의 보안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R&D 예산 삭감 이후 국제협력 확대를 강조해온 데다 첨단기술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아직 충분한 정보가 나오지 않은 만큼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도한 반응이 이어질수록 민감국가 지정 철회 협상은 물론, 향후 미국과의 원자력 공동연구도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1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핵연료.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임소형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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