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재확인하는 절차 따랐다면 지상에서 ‘사격 중지’ 지시했을 것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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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공군 전투기가 경기 포천에서 실사격 훈련 중 민가를 오폭한 사건과 관련해 공군은 “조사 결과 조종사가 3차례 좌표 확인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 공군 고위 관계자는 공군의 실사격과 관련해 미군 측 폭격 절차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종사 개인이 좌표 확인을 게을리한 실수가 있었을 뿐 공군의 작전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미군은 조종사가 폭격 직전 지상 통제관과 교신해 좌표를 확인하는 등 한국 공군이 거치지 않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8일 입수한 미군 ‘근접 항공 지원(Close Air Support)’ 교범을 보면, 미군은 폭탄 투하 직전에 조종사가 지상 합동 최종 공격 통제관(지상 통제관)과 표적 좌표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미군 교범에는 “임무 전투기는 폭격 좌표값이 (실제 타격 지점과) 일치하는지 지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레이더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해 확인한다”고도 돼 있다. 지상 통제관이 조종사에게 폭격 시 전투기 진입 각도를 불러주고 재확인하는 절차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이런 절차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폭 사고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조종사가 전투기에 업로드한 표적 좌표값과 진입 각도가 원래 훈련 계획과 달랐다. 그런데 조종사는 폭격 직전 지상 통제관과 좌표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 만약 공군이 미군 교범 절차대로 이행했다면 지상 통제관이 ‘사격 중지’ 지시를 내려 오폭을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 교범에 따르면, 악천후나 야간 작전 상황이 아닐 경우엔 지상 통제관이 지상에서 육안으로 아군 전투기를 반드시 확인한 뒤 사격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공군 오폭 당시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 파견된 공군 지상 통제관은 전투기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고 “표적을 확인했다”는 조종사의 허위 보고를 믿고 사격을 허가했다. 공군은 지상 통제관이 육안으로 전투기를 확인하지 않아도 사격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통제관에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K-9 자주포를 쏠 때도 육군·해병대 포병은 매번 사령부와 좌표값을 확인한다”며 “공군이 폭격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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