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절반이 넘는 가정에서 허술한 배설물 처리 등 잘못된 위생 관리로 설사를 유발하고 영양실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가운데,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 철책 주위에서 북한 군 등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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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 식량 불안이 이어져 온 북한에서 인구의 절반 가까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영양실조 유병률이 2020년부터 3년간 평균 45.5%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이 수치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파악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며, 같은 기간 1180만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해 힘을 쏟는데도 만성적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건 노후한 생산 인프라와 열악한 기술, 투자 부족, 자연재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장마당과 같은 민간의 상업 활동을 제한하고 쌀과 옥수수 등 필수품 유통을 국가가 다시 독점적으로 통제하기로 전환하면서 식량난이 가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건·위생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결핵 발생률이 높아 보건 체계에 큰 부담을 주는 국가를 의미하는 ‘내성 결핵 고부담국’ 30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지목한 점을 짚으면서 “영양실조와 혹한기 노출로 결핵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 시점을 기준으로 예방접종률도 지속해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팬데믹 이전에는 북한 내 국가 예방접종률이 96%를 넘었지만, 지난 2021년 중반엔 42% 이하로 떨어졌고, 2022년에 들어선 결핵을 비롯해 주요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은 어린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유엔아동기금(UNICEF) 지원을 받은 뒤에야 어린이와 임산부 12만명 정도에 대한 예방접종이 실시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 가정에서 배설물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배설물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처리하는 북한 내 가정이 전체 52%에 이르며, 이는 설사를 유발하는 등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위생 시설’은 재래식 화장실을 쓰거나, 개선된 시설이더라도 제 기능을 못해 배설물 처리가 안전하지 않은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가용 자원을 무기 개발이나 군대 운영 등에 투입하는 극단적 군사주의와 국제적 협력 부족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열악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쿠바와 인도, 폴란드, 스웨덴 등 일부 북한 주재 대사관이 업무를 재개했지만, 유엔을 비롯한 인도주의 구호 기관 직원들은 아직도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의무 병역은 강제 노동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군인의 복무 조건은 경우에 따라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관여했다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파급 효과를 불러와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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