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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出戰한다… 선배들이 피로 지킨 그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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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싸우면 박살 낸다’

참수리 고속정 권오경 정장

서해 최전방 전력인 참수리 339호 정장 권오경 대위. “중학생 때 목격한 천안함 폭침에 분노해 해군이 됐다”고 했다. 폭설이 쏟아진 18일 평택 제2함대 부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임화승 영상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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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는 휴전 이래 군사 충돌이 가장 많이 일어난 전쟁터다. 1999년과 2002년 제1·2 연평해전과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이 있었다. 특히 북방한계선(NLL)은 정전 협정에 반영되지 않아 북한이 시비를 일으키는 곳. 인근 서북도서는 늘 긴장 상태다.

NLL과 서해 방위의 주요 전력인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고속정 지휘관 중 한 명인 권오경(29) 참수리 339호 정장(대위)을 통해 서해 수호의 의미를 들어봤다. 그는 “우리 경비 구역은 남북한과 중국, 세 국가가 뒤섞이는 해역”이라며 “연평해전이나 천안함 같은 충돌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고속정(PKM·Patrol Killer Medium) 임무는 무엇인가.

“해상 유사시 최전선에서 적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역할이다. 육군으로 치면 최전방 돌격대와 같다.”

-339호는 제2연평해전에서 승리한 참수리 357호와 같은 배인가.

“똑같은 모델이다. 130톤급에 승조 인원 30명, 최고 속도 38노트(시속 70km)로 가장 민첩하고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함정이다.”

-정장은 어디에 서나.

“정중앙 가장 높은 곳, 오픈된 자리에 위치한다.”

-357호 정장 고(故) 윤영하 대위가 교전 개시 3~4분 만에 가장 먼저 전사한 자리 아닌가. 그 자리에 지원한 이유는?

“올 초 지휘관이 되면서 첫 보직으로 택했다. 적을 가까이서 눈으로 보며 가장 빨리 달려가 격파하는 것이 군인 본연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자리에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명예로운 일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불안하다. 최근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면까지 공개했다.

“북 경비정을 매일 코앞에서 본다. 근래 남북 충돌이 없었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없는 환경이다.”

-어떤 마음인가.

“우리는 일상적으로 해상 임무 나가는 일을 출항이라 하지 않고 출전(出戰)이라고 부른다. 출근할 때는 매번 천안함과 연평해전 용사 추모비를 보면서, 선배들이 피로 지켜온 것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제2함대 구호는 천안함 폭침 이래 ‘싸우면 박살 낸다!’가 됐다.”

권오경 참수리 고속정 339호 정장 대위가 자신의 자리에 위치한 모습. 해군 2함대의 구호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싸우면 박살 낸다!'로 정해졌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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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을 기억하나.

“중학생 때 가족과 TV 뉴스를 보다 천안함 폭침 속보가 떴던 일자와 시각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유가족이 슬퍼하는 모습, 전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 분투하던 장병 모습에 피가 끓어올랐다. 그때 내가 갈 길을 정했다. 북한 소행이 확실한 사건을 놓고 음모론이 판친 것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해군 가족이라고 들었다.

“아버지가 부사관으로 전역하셨고, 해사 동기로 만나 결혼한 아내도 장교로 복무 중이다. 해군은 자부심이 남다르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정장 임기 중 다치는 대원 없이 임무를 마치는 것이다. 지금 신형 천안함, 그리고 제2연평해전 여섯 용사 이름을 딴 함정이 서해를 누비고 있다. 선배들 이름과 영혼이 담긴 함정에서 근무할 기회가 온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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