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대규모 산불]
산불 진화대원 3명-공무원 1명 숨져
“위험한 산 위에 왜 갔는지 납득안돼”
“소방 교육도 받지 않은 공무원 투입… 죽으라고 높은 곳 보냈나” 유족 오열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22일 오후 경남 산청군의 한 야산에 투입돼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청=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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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신분인 진화대원이 주로 하는 일은 잔불 정리인데, 왜 위험한 산 위로 올라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23일 경남 창녕군 창녕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경남 산청군 산불 진화 중 숨진 창녕군 공무원 1명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 등 희생자 4명의 유족들이 오열했다.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으로 활동하다 이번에 숨진 공모 씨(60)의 죽마고우인 차모 씨는 “어제 오전 9시 30분에 친구와 마지막 통화를 했다”면서 “전문가도 아닌 민간인이 대형 산불을 끄려다 변을 당했다”며 황망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만 태웠다. 우리나라에서 산불로 진화대원이 2명 이상 숨진 것은 1996년 4월 경기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23일 오후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한 차량이 산불을 피해 대피하고 있다. 의성=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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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사망자 유족-지인 “대형 산불에 무방비 노출”
공 씨는 창녕군에 살던 평범한 주민이자 2003년 출범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일원이었다.
공 씨 등 진화대원들은 22일 오전 11시경 산불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불은 이미 소규모 화재가 아니라 대형 산불 수준이었다. 불을 끄며 서서히 올라가던 대원들은 갑자기 불어온 역풍을 타고 퍼진 불길에 포위됐고 그중 공 씨는 불을 피해 도망가다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다리를 다친 공 씨는 이후 화마에 휩싸였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나가며 신라 고찰인 운람사(雲嵐寺)를 덮치려 하고 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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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도 아닌데 최전방에… “무리하게 투입”
이번 산불로 숨진 공무원 강모 씨(33)의 친척 안모 씨는 “소방교육도 안 받은 말단 8급 군청 공무원을 마스크만 씌워서 8분 능선까지 보낸 건 죽으라는 것 아니냐.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불길로 향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 씨는 22일 진화대와 함께 산청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당일 근무가 아니었지만 “진화대를 인솔할 담당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강 씨의 아버지는 아들과 연락이 두절된 뒤 경남 창원에서 차로 1시간 20분 거리인 산청까지 가서야 아들의 변고를 들었다. 안 씨는 “그 집은 아들 하나였는데 대가 끊겼다. 이제 막 꽃피울 나이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강 씨가 숨진 22일은 그의 조카가 태어난 지 100일째였다고 한다.
창녕=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창녕=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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