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천막당사 현판식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총사퇴’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자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주장이 민주당 내부에 갑론을박을 낳았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조기 총선론으로 맞불을 놨다. 김 수석은 25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의 탄핵 국면이 정리되기 전까지 의원직 사퇴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비상계엄 선포가 다시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쓸 수 카드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회도 국민들께 다시 한번 재신임을 받을 필요는 있다”며 “만약 윤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이어진다면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선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지금의 정국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입법부가 선거 체제로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맥락에서 총사퇴가 맞는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행정부 뿐 아니라 사법부도 결함이 있어 보이는데, 입법부마저 작동이 멈추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승찬 의원도 같은 날 BBS 라디오에서 관련 질문에 “각자의 의견”이라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진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이 의원의 발언에 코멘트(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다”며 “탄핵 성적표가 ‘9대0’인 상황에서 나오는 과한 발언들은 결국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24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얼마 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장했던 바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의원직 총사퇴를 하겠다는 결의와 필사즉생의 각오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적었다. 파면 저지를 위해 극단적 투쟁에 나서자는 얘기였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가운데)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반기는 건 국민의힘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25일 YTN 라디오에서 “우리 당 의원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동조한다”며 “거대 의석으로 온갖 횡포를 부렸던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이런 식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존중한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소추안 표결 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부결 시 국회의원 전원 의원직 총사퇴’를 당론으로 정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수단이었다.

2016년 12월 8일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던 바른정당도 2017년 2월 탄핵 선고 전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을 추진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총사퇴 하겠다”(오신환 대변인)고 선언했다. 이에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