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우회해 최저임금 지급 의무 없어
노동계 "돌봄노동 다시 음지로 내몰아" 비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가상의 장면. 그래픽=최나실·달리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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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와 법무부가 최저임금 제도를 우회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을 두고 노동계에서는 "돌봄노동을 다시 음지로 내몬다(민주노총)"거나 "유령 노동자를 양산한다(한국노총)"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 애초 불합리한 법 규정을 근거로 추진되는 사업인 데다, 내국인 돌봄노동자에 대한 피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법무부는 전날부터 서울에 체류·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사·육아 분야 활동 시범사업을 추진해 모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합법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졸업생, 결혼이민자 가족, 외국인 노동자 배우자가 대상이다. 이번 사업 핵심은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 '사적 계약'을 맺고, 근로기준법을 우회하는 가사사용인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즉, 법적인 최저임금 지급 의무도 없어지게 된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9월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처음 건의한 이후, 오 시장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은 외국인 돌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대한 많은 가구에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정책 실효성이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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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저임금 미지급 시 각종 국내외법 저촉 가능성에, 사회적 반발과 비판도 크다 보니 현행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 규정을 이용한 사적 계약을 통해 우회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적용 범위'에는 '가사(家事)사용인'은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대상이라고 돼 있다. 가정부, 파출부, 유모 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계는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이주노동자, 비공식 돌봄노동자를 양산하려는 시도"라며 "2021년 가사근로자법 제정으로 68년 만에 가사관리사가 노동자로 인정되고 양지화된 지가 4년도 채 안 됐는데, 이번 시범사업은 돌봄노동을 다시 음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인권보호 대책은 전무하며, 더 잘 부릴 수 있는 '노동권 없는 노동자'만을 양산하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도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대우 금지협약과 충돌해서 국제적으로도 큰 망신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와 법무부는 돌봄 공공성과 공적 이주노동 정책을 악화시키는 시범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가사사용인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조항도 폐지하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7년 비공식 부문 가사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이번 시범사업의 근거 규정이 된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문구에 대해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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