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희 라떼는집밥 협동조합 사무국장
반찬 나눔 봉사하다 ‘두꿈인생학교’ 시작
시니어 일자리 위해 ‘라떼는집밥’ 오픈
“취약계층·시니어 재사회화 위해 힘모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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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56) 라떼는집밥 사무국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지인들과 함께 그가 거주하는 서울 강북구에서 반찬 나눔 봉사를 해왔다. 주민센터가 자살이나 고독사 위험군에 해당하는 취약계층 어르신을 선정해 공유하면 활동가들이 매달 10~15명의 어르신에게 반찬을 전달하며 안부를 살폈다.
“어르신께 반찬을 드리러 댁에 갔는데 안 보이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불을 덮고 누워 계셨는데, 너무 야위어서 이불 속에 계신 줄조차 몰랐던 거예요. 생수병 뚜껑조차 열 힘이 없으셔서 대신 열어 드리고 왔죠.”
“한 치매 어르신 댁을 방문했더니 집 안 곳곳에 오물이 있었어요. 악취로 이웃 주민들의 민원도 많았고요. 요양보호사가 주 5일, 하루 3시간씩 방문했지만 나머지 시간은 치매 어르신이 혼자 지내시는 거죠. 집 안에 물건이 너무 많아 대문조차 잠그지 못하고, 음식쓰레기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심한 저장 강박증이 있는 어르신도 계셨어요.”
시니어들의 사회적 연결을 위한 ‘두꿈인생학교’ 설립
“처음에는 이론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이후에는 공예를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했어요. 설득해서 카페에서 만나기도 하고,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함께 가기도 했죠.”
이 활동을 알게 된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가 강당을 무료로 대여해줬다. 2017년, 이들의 활동에도 ‘두 번째 꿈을 꾼다’는 의미로 ‘두꿈인생학교’라는 정식 명칭이 붙었다. 어르신들은 점차 서로 안부를 묻고 관계도 맺기 시작했다.
“노년의 삶을 상상해 봤어요. ‘미래에 살고 싶은 내 모습은 어떤 걸까’ 생각했을 때 나이가 많아도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했습니다. 시니어들이 취업해도 식당에서 설거지만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너는 나이가 많으니까 설거지만 해라’가 아니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활동가들은 고민 끝에 식당을 차리기로 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창업 지원을 받고, 활동가 6명이 협동조합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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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집밥’, 시니어 일자리이자 커뮤니티 공간
“다양하고 지속성을 갖춘 일자리도 제공해 드리면서도 노인을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존재로 만들고 싶었어요.”
취약계층 도시락 전달을 전문으로 하는 라떼는집밥 2호점 ‘푸드팩토리’도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에만 1만 개가 넘는 도시락을 배달하며 25명의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중 최고령 근로자는 라떼는집밥 1호점에서 일하는 91세의 김형수 씨다. 2020년 라떼의집밥이 생길 때부터 주방 보조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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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니어들의 변화가 조합원들이 20년 넘게 이 활동을 해올 수 있는 원동력인 셈.
“시니어 직원들이 여기서 큰돈을 벌지는 않지만 마음이 윤택해지는 것 같아요. 그걸 보면 보람이 커요. 저도 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사회복지를 공부했어요. 다른 조합원은 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지요. 저희도 이 일을 하면서 시니어들과 함께 두 번째 꿈을 꾸고 있어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노인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취약계층과 재사회화가 필요한 노인이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어른’이 아닌 ‘좋은 어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단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더 발굴하고, 협동조합이 더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 문제를 같이 해결할 좋은 이들을 더 모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어르신 한 분이 건강하게 재사회화되게끔 도와드리는 일에도 여러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기관, 사람들이 더 모이기를 바라요.”
정예지 기자 yeji@r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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