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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TV부터 간장까지' 美 사재기 열풍…"관세 없을 때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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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쿠번 "뭐든지 사둬라"

"관세, 소비자 가격 높일 가능성"

미국인들이 수입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방침이 알려진 후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TV, 간장, 룰루레몬 운동복을 사러 몰려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이후 미국인들은 물건을 카트에 담느라 바쁘다고 전했다.

대학생 세다 로치(22)는 2일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동안 '룰루레몬'(캐나다 브랜드)의 244달러(35만1000원)짜리 운동복과 '하우스 오브 서니'(영국 브랜드)의 150달러(21만6000원)짜리 스웨터를 재빨리 구입했다. 또 그의 남자친구 숀 매켄지는 기네스 맥주 8개들이 3팩을 사와 냉장고 채소 칸을 가득 채웠다.

아시아경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로치는 서던메서디스트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하면서 한 컨설팅회사의 글로벌 무역 부서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관세 소식이 캠퍼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그와 친구들이 "주식 시장을 지켜 보고 졸업 후 경제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년 동안 대학에 다니면서 정치나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그런 주제에 관해 얘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TV 출연자인 마크 쿠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루스카이에 게시물을 올려 팔로워들에게 사재기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치약에서 비누까지, 보관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사라"며 "상점들이 지금 가진 재고가 떨어져서 새로 재고를 채워넣기 전에 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산이라도 (상점들은) 가격을 올리고 관세 탓으로 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쿠번의 조언을 따르듯 슈퍼마켓과 전자제품 매장에서 주차장을 가득 채우며 카트를 끌고 다녔다. 또 어떤 이들은 당분간 매일 쇼핑하겠다고 말했다.

퀸즈에 사는 학교 교직원 노엘 페게로(50)는 관세 소식을 접한 뒤 2일 밤부터 3일 오전까지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원예 장비와 기타 가정용품 구입에 3000달러(430만원)를 썼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뉴욕시 퀸스의 한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중국 브랜드 '하이센스'의 217달러(약 31만원)짜리 40인치 TV를 구입해 미니밴에 실으면서 "지금이 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페게로는 이 제품을 사려고 뉴욕 지역에 있는 다른 매장 두 곳에 가봤으나 재고가 없었고 퀸스 매장에 전화해 보니 딱 하나 남았다고 하길래 "제발 남겨놓아 달라"고 간청해서 겨우 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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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지금은 한 중국계 제약사의 대표로 일하면서 4세, 6세 아이 둘을 키우는 지아밍 주(39)는 사업을 위해 중국 약초를 비축하는 것 외에도 아시아 음식 마켓에서 간장 20병, 굴소스 10병과 아이들이 간식으로 좋아하는 김을 잔뜩 살 계획이다.

주씨는 "매일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는 게 미국의 놀라운 점"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 식료품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수입 농산물을 냉동해 비축하고, 관세 때문에 자잿값이 비싸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집수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WSJ은 코로나19 시기의 물가 인상은 소비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관세 부과는 그렇지 않다면서 경제학자들의 전망을 인용해 "관세가 농산물,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등 많은 상품의 소비자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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