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클래스1’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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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공개된 웨이브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1’이 때아닌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25일부터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옮겨 다시 공개되면서다. 넷플릭스 공식 누리집 ‘투둠’을 보면, 지난달 25∼30일 670만 뷰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2위에 올랐다. 오티티(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타이·말레이시아에서 1위, 한국·인도네시아·필리핀에서 2위를 기록했다. 웨이브 공개 당시 국내에서 화제가 됐지만,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후 글로벌 주목도까지 올라간 것이다. 넷플릭스는 오는 25일 새 시즌인 ‘약한영웅 클래스2’를 내놓을 예정인데, 시즌1의 역주행이 시즌2에 대한 기대감까지 달구는 모양새다.
국내 토종 오티티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로 자리를 옮긴 뒤 화려한 부활을 맛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풍부한 제작비 지원과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국내 오티티의 인기 콘텐츠를 가져오고, 이런 콘텐츠들은 거대 플랫폼을 발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약한영웅 클래스1’은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으며 웨이브 가입자 수 증가를 견인한 작품이다. 모범생 시은(박지훈)이 수호(최현욱)·범석(홍경)과 힘을 합쳐 학교 일진들을 무찌르는 학원 액션물로, 왜소한 주인공이 악한 무리와 싸워 이기는 서사가 쾌감을 줬고, 세 친구의 처절한 성장통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웨이브의 효자 콘텐츠였지만, 시즌2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웨이브의 제작비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제작사 쪽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약한영웅 클래스2’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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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이버’도 플랫폼을 넷플릭스로 옮겨 빛을 본 사례다. ‘도라이버’는 한국방송(KBS) 예능 ‘홍김동전’의 시즌2 격으로, 한국방송에서 지난해 1월 폐지된 이후 재정비를 통해 넷플릭스 예능으로 돌아왔다. ‘홍김동전’은 2022∼24년 한국방송 방영 당시 시청률이 1%대로 저조했지만, 넷플릭스 공개 이틀 만에 국내 시리즈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지상파 방송사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에스비에스(SBS)와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에스비에스 드라마·예능 등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017년 방영한 법정 드라마 ‘이판사판’은 넷플릭스 공개 이후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0위에 오르며 역주행하기도 했다.
이런 넷플릭스 효과가 가능한 배경은 제작비에 있다. 적자를 보고 있는 국내 오티티와 달리 넷플릭스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하는 게 가능하다. 국내 오티티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에 가장 먼저 가서 콘텐츠를 제안하곤 한다”며 “가장 큰 이유가 제작비인데,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다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 이미 경쟁 구도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높은 점유율도 넷플릭스 효과가 가능한 또 다른 이유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1월 오티티 앱 사용시간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로, 주요 오티티 앱 사용 시간의 과반인 61.1%를 차지했다.
‘도라이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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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로 향하는 흐름에는 득과 독이 공존한다.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거대 글로벌 플랫폼 종속이 심화하고 국내 토종 오티티의 위기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작품이 글로벌 환경에서 주목을 받고, 원작인 웹툰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가고, 국내 신인 배우들도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블랙홀처럼 국내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로 다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건 단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약한영웅’이 웨이브에서 시작해 넷플릭스로 들어간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큰 사건”이라며 “지금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 자체가 넷플릭스 아니면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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