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모호해진 북한군, 우크라 투입 가능
"이 땅도 러시아 영토" 주장에 명분 보태기
우크라이나가 1월 11일 공개한 북한군 포로의 모습. 해당 북한군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를 하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고,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을 비공개 시설로 옮겨 치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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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본토에 북한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간 북한군은 침략 전쟁에 가담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영토 내 작전에만 투입됐다. 다만, 최근 러시아가 전쟁 승기를 잡으면서 우크라이나 내부 러시아 점령지에도 북한군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우려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1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내부로 북한군을 진입시킬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북한군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州)에서만 전투에 투입돼 왔는데, 이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부로도 북한군을 보낼 것이란 얘기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이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는 유력한 지역으로 점쳐진다.
북한군이 그간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하지 않은 이유는 침략 전쟁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내부에서만 활동하면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우방인 러시아를 도운 것뿐이라는 변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군이 주로 활동했던 쿠르스크 지역을 러시아가 사실상 재탈환하며 북한군의 역할이 다소 모호해졌다. 북한군 자원을 낭비할 이유가 없는 러시아로선 이들을 차라리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보내, 유사시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북한군은 러시아 영토에서만 전투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활용해, 우크라이나 점령지 역시 러시아 영토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러시아가 판단할 여지도 없지 않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북한군 투입을 통해 점령지가 자국 영토임을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발렌코 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북한군을 보내고 '러시아 헌법 상 이곳을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전쟁 첫해인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를 강제 합병했다. 국제사회는 점령지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면서 해당 지역에선 여전히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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