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지역리그의 성공적 정착 및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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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1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절연’을 놓고 당내 분란을 거듭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결단’에만 기대고 있고, 취임 일성으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권고하겠다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시간이 지날수록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혼선을 키우고 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떼어놓지 못하면서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건가.
김 위원장은 16일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해 “어제 저희가 당의 의지를 보여드렸다. 저는 사실 탄핵의 강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이제 당에 맡겨주시면 되고, 저희가 앞으로 비전을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나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하겠다고 했고, 앞서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선 “오늘(16일) 오후 중 연락을 취해 말씀드리겠다. 주말까지는 매듭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윤 전 대통령과의 연락에 대해선 “(연락) 여부와 상관없이 당은 당대로 준비하는 게 있으니 그것은 더 이상 논쟁이 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출당’ 여부에 대해선 “그 문제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탈당은 윤 전 대통령의 ‘선의’에 달려 있을 뿐이고, 강제 조처는 취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김 후보의 소극적 태도에는 지지층 이탈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김문수 후보가 30% 안팎의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오히려 지지층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만 빠져나가고 중도층 유입은 불확실하다는 현실적 고민이다. 친윤(친윤석열)계 윤상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내치는 듯한 메시지를 반복한다면, 과연 그 지지층이 후보에게 표를 줄까”라고 적었다.
하지만 ‘윤석열 절연’은 단순한 대선용 전략이 아닌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조처다. 비상계엄으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을 여전히 ‘1호 당원’으로 둔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내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를 윤 전 대통령 측근으로 채워 넣으며 윤석열 색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후보의 일정 담당부터 홍보, 메시지, 수행, 조직총괄 등 후보 곁에 있는 이들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여기에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극우정당인 자유통일당에 몸담았던 석동현 변호사까지 선대위에 합류했다.
35살 초선 의원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간 당내에서 비교적 개혁적 목소리를 내온 인사다. 하지만 현재 그는 당의 쇄신과 혁신을 이끌기는커녕, 친윤 주류 인사들이 미리 짜놓은 판에 갇혀 상식적인 목소리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김문수 후보를 도와주라”는 취지의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자신이 당의 ‘주인’인 양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인데, 그의 그림자 아래서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내정이 되자 “국민들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빠른 변화’는 도대체 언제 일어나는 것인가. 또 지난 15일에는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정당민주주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당장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정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처지에다 오는 대선에서 여당이 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에서,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 정상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한가할 뿐 아니라, 회피적 처사로 비친다. 지금 김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 정상화’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정중한 탈당 권고’가 아니라, 단호한 출당과 제명 같은 분명하고 명확한 조처다. 윤석열과의 절연 없이는 어떠한 미래와 비전 제시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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