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오른쪽)이 2015년 화웨이의 런던 지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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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2차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의 타깃이 된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립자가 “미국이 화웨이의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런정페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사용에 대한 미국의 규제 조처에 대해 “화웨이는 아직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그들의 평가에 부응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단일 칩은 미국보다 한 세대는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화웨이의 반도체 제조 노력과 관련해 런정페이가 공개 발언을 한 것을 처음이라고 짚었다.
이날 런정페이의 인터뷰는 영국 런던에서 미·중 고위급 경제협의체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공개됐다. 9일부터 시작된 이번 회의에서 첨단 기술 및 희토류 수출 통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팀에게 대중국 첨단 기술 및 제품 판매에 대한 제한 조처를 협상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부(BIS)는 지난달 13일 ‘어센드’가 규정을 어겨 미국 기술로 설계됐거나 미국산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제조 장비로 생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 칩 어센드를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조처는 전형적인 일방적 괴롭힘이자 보호주의 처사”라며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이를 집행하거나 집행을 위협하면 중국 ‘반외국제재법’ 등 법규 위반 혐의를 받고,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정페이는 칩 생산에는 뒤떨어져 있지만, 보완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여러 칩을 이용해 인공지능 학습을 실행하는 ‘클러스터 기반 컴퓨팅’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실용적인 상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수많은 반도체 기업이 열심히 노력 중이라며, 특히 화합물 반도체에서 기회가 클 것”이라고 했다. 2개 이상의 다른 화학 원소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기반 단원소 반도체에 대응하는 반도체다. 전자 이동도가 높아, 고속 회로의 구현에 유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개발에 1년 매출의 20% 이상을 들이는 화웨이는 기초이론 연구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런정페이는 “해마다 1800억위안(약 34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그 가운데 600위안(약 11조원)은 기초이론 연구에 쓴다”고 했다. 기초이론 연구는 성과를 위한 심사를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기초 이론이 없으면 새롭게 나아갈 수 없고,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으로, 미국은 중국 정부와의 연루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 규제 영향으로 화웨이는 고사양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화웨이는 반도체 제조 자립에 박차를 가해 인공지능 칩인 ‘어센드’ 등을 출시했다. 올해 초 세계에 충격을 준 중국의 인공지능 ‘딥시크’ 개발에 화웨이 칩 어센드가 쓰였다고 알려지면서 다시 미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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