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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교권 추락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그 기대와 우려: 교원양성체제 혁신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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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안태용

    부산대학교와 부산교육대학교의 통합이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이번 변화가 가져올 교육 혁신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통합은 학령인구 감소, 교원양성체제 혁신, 지역 공교육의 질적 도약 등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결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육대학의 정체성 약화, 초등교육의 특수성 훼손, 자율성 박탈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우려가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는 통합 무산에 대한 부담으로 외부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중요한 현장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현재의 통합 논의는 종합교원양성체제 개편이라는 본래의 과제에서 벗어나, 단순한 조직 통합과 재정 효율성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하향식 개편의 명분 아래 통합을 압박했고, 양교 당국은 이에 편승하여 진정한 교원양성체제 개편보다는 형식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구성원들과의 소통은 부족했고, 개편안에 대한 설명, 의견 청취, 공동 논의는 사실상 전무했다. 이로 인해 교원양성체제 개편이라는 중대한 과제는 논의의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 밀려났고, 구성원 간 갈등과 불신만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통합이 실제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종합교원양성체제의 실질적 개편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미래 초중등 교육에 있어 심각한 공백과 위기를 예고한다. 오늘날 교사들은 학교폭력, 교권침해, 다문화·포용교육 등 다양한 교육 현안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배치되고 있다. 앞으로 교사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스스로 연구하고, 실천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교육과학자이자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원양성체제의 개편 역시 교육대학과 사범대 교수들이 주도하고, 현직 교사, 예비교사, 학부모,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이고 집단적인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교원양성체제 개편은 대부분 형식적 절차와 재정 효율성을 앞세운 조직 통합에 머물렀고, 구성원과의 충분한 토론이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합은 이제 기정사실이지만, 교원양성체제의 실질적 개편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본부는 지금까지 추진된 개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성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모호한 논리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반대 입장에 서 있던 이들도 이제는 단순한 의혹의 시선을 거두고, 진정한 교원양성체제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에는 부산대 사범대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기득권 보호나 조직 통합에 대한 거부감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지금처럼 논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회피한다면, 우리는 교원양성체제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제는 통합 찬반을 넘어서 현재 제시된 개편안의 실질적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 공유, 설명, 연구에 기반한 보완이 필요하다.

    2027년 3월이라는 통합 시한은 이러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통합은 이제 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의 중간평가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통합 이후에도 개편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부와 양 대학, 통합추진위원회는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초점을 둔 특위를 구성하고, 이 특위에 인사·예산·학사 관련 심의 및 의결 권한을 한시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교대 구성원들은 통합 이후 현재 제시되고 있는 장미빛 청사진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불신과 자조를 드러낸다. 이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기반 위에서 단순한 통합을 넘어 교원양성체제 개편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래 교원양성체제를 우리가 주체가 되어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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