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공개... 당사자들은 이주 정착 중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15일 런던 의회에서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신원 노출 사태와 관련한 보고를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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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다국적군 소속의 영국군을 도왔던 현지인 수만 명의 신원이 영국 국방부의 실수로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후 영국 이주를 희망했던 이들로, 자칫하면 현지에서 보복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탈레반의 보복을 우려해 영국에 이주를 신청한 1만8,700여 명의 개인정보가 2022년 2월에 유출됐다.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철수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해당 명단에는 현지에 주둔한 영국군과 협력한 주민, 전직 정부 당국자, 국회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정보 유출은 영국 국방부 당국자의 실수로 발생했으며, 영국 정부는 1년 6개월이 지난 2023년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등에 이들의 신원 일부가 게시되자 사태를 파악했다. 이에 황급히 이들에 대한 이주 정책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이들의 가족을 포함한 4,500명이 영국 이주를 완료했고 앞으로 2,400명이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다. 다만 유출된 명단에 포함된 아프가니스탄 군인 600여 명과 그 가족 등 총 1,800명이 아직 현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이들의 정착에 총 8억5,0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영국 정부는 이들의 안전 보장을 이유로 그간 정보 유출 사실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언론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자 정부는 법원에 보도 및 공표 금지 신청을 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날 런던 고등법원이 공표 금지 해제결정을 내리면서 뒤늦게 공개됐다.
존 힐리 국방장관은 이날 “이 같은 정보 유출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며 “전임 정부 시절인 3년 전에 발생한 일이지만 현 장관으로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현지인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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