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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위태로운 시리아 휴전…부족들 “인질 석방하라” 분노의 ‘총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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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일(현지시각) 시리아 남주 수와이다시 외곽 검문소에 모여 있는 베두인족 민병대. 비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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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우리 부족민 인질과 부상자들은 수와이다에 붙잡혀 있다. 저들(드루즈족)은 아무도 넘겨주지 않고 있다. 만약 저들이 합의에 따르지 않으면 우린 다시 수와이다에 진입할 것이다. 거기가 우리의 무덤이 될지라도 말이다.” 시리아 남부 수와이다시 지역에서 드루즈족과 전투를 벌이던 베두인족의 한 지도자는 수와이다 외곽에서 비비시(bbc)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시리아와 이스라엘, 관련 부족들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시리아 남부 수와이다시에서 벌어지던 무력 충돌이 멈췄지만, 충돌을 일으킨 부족들이 여전히 전투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어 휴전이 위태로운 상태다.



    20일 비비시는 휴전으로 수와이다시에 진입하지 못하고 외곽 검문소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는 베두인족 민병대들을 만났다. 수십명의 시리아 정부 보안 요원들이 중무장한 상태로 베두인 민병대가 검문소를 지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수백명의 베두인 민병대는 검문소 앞 도로를 메웠고, 여러 사람이 이따금 총을 하늘에 대고 쏘면서 분노를 표시했다.



    베두인족 지도자는 “우린 정부가 우리에게 지시한 대로 했다. 우린 휴전 협정과 정부의 말을 따른다. 그래서 우린 수와이다에서 35㎞ 떨어진 여기로 철수했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이날 아침 수십대의 적신월사 구급 차량이 검문소를 통과해 수와이다 시내로 향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한겨레

    20일(현지시각) 구급물품을 실은 적신월사 차량 수십대가 수와이다시 외곽 검문소를 지나 시내로 향하는 모습. 비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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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즈족과 베두인족 간의 무력 충돌은 지난 13일 베두인족이 드루즈족 야채 상인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폭행하고 납치한 일로 시작됐다. 이 지역에선 수니파인 베두인족과 시아파의 한 분파인 드루즈족이 수십년간 갈등을 겪어왔다.



    아흐마드 샤라아 과도정부 임시대통령은 15일 수와이다시로 정부군을 출동시켰다. 수니파인 정부군은 같은 수니파인 베두인족의 편을 들어, 드루즈족을 공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수와이다시 주민들은 정부군과 베두인 민병대들이 드루즈족 전투원만이 아니라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 관측소(SOHR)는 정부군이 드루즈족 전투원과 민간인 194명을 즉결 처형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은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16일 다마스쿠스의 국방부 건물과 남부 지역 정부군을 표적으로 공습을 벌였다. 이스라엘에도 드루즈족이 거주하고, 군 고위 간부나 정계 요직 등에도 진출해 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미국, 요르단 등의 중재로 지난 19일 휴전에 합의하면서, 샤라아 과도정부는 충돌을 끝내기 위해 수와이다시로 정부군을 다시 파견했다. 휴전에서 합의한 대로 정부군은 베두인족을 수와이다시에서 철수시켰고, 드루즈족이 다시 도시를 장악했다. 중재를 맡은 미국의 톰 배럭 시리아 특사는 20일 자신의 엑스(X)에 “다마스쿠스 시간으로 오후 5시부터 모든 당사자가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며 “포용과 지속적인 긴장 완화를 위한 다음 단계를 위한 초석은 인질과 구금자의 완전한 교환으로, 이송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수와이다 분쟁으로 이날까지 모두 11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관측소는 드루즈 민병대 427명, 드루즈 민간인 298명, 정부군 354명, 베두인족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국제연합은 이번 충돌로 12만8천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고 20일 밝혔다.



    분쟁 발발 후 수와이다시에 거주하던 베두인족 민간인들은 도로로 28㎞가량 떨어진 서남쪽 미아르바(Mia'rbah)로 피난했다.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다. 구호물품 배급소에서 만난 한 고령의 베두인족 여성은 비비시에 “드루즈족은 배신자들이고 믿을 수 없다”면서도 “만약 정부가 수와이다를 통치해서 평화와 안전을 제공한다면 베두인족과 드루즈족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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