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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저 때린 남친이 사과, 처벌 불원”... 이래도 경찰이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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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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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끼리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남성이 여성의 이성 관계를 의심하며 상대 휴대전화를 가져가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다른 남성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남성이 테이블 위 물통을 들고 여성을 때릴 듯 위협했고, 옆 테이블 목격자는 이를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여성은 사건 접수 후 “남자 친구가 사과해서 처벌을 원하진 않는다”며 “그 후로 잘 만나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간 이런 사건이 접수되면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연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교제 폭력에 대해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일관된 대응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거나 계속 교제하는 경우에도 경찰이 선제 개입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등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경찰청은 교제 폭력 사건에 직권으로 개입하고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기 위한 ‘교제 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처음 제작해 일선 현장에 배포했다고 10일 밝혔다. 새 매뉴얼은 단계별로 교제 폭력 징후를 구체화하고, 스토킹 처벌법의 실질적 활용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피해자의 비협조 상황에서도 즉시 피해자 보호 조치 적용이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최근 5월 화성 동탄, 6월 대구 성서, 7월 대전 교제 살인 등 교제 폭력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면서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이번 매뉴얼은 교제 폭력 입법 전에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다양한 부서 간의 협업과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뉴얼에는 교제폭력에 스토킹 처벌법을 적용해 일회성 폭력 행위에도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과 연락을 막는 ‘긴급응급조치’를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다는 방침이 담겼다. 스토킹 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등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할 경우’에 적용이 가능한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교제를 이어가더라도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폭행 발생 자체를 의사에 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일회성이라도 지속·반복될 우려만 있다면 접근 금지가 예방적 조치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밖에 교제 폭력 가해자가 방 안으로 대피한 피해자를 쫓아 문을 두드리며 지속적으로 나오라고 소리쳤다면 폭행죄 외에 스토킹 범죄도 성립된다는 예시를 들었다.

    이번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은 경찰대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쳤고 법무부 협의를 통해 스토킹 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완성됐다. 국회에서 교제폭력 입법 논의도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찰청은 “교제폭력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마중물로서 9월에 ‘교제폭력 대응 국회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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