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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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미 정상회담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관세합의’에 대한 후속 논의와 조선업을 비롯한 한·미 간 경제·기술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밀 ‘안보 청구서’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가운데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규모 축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대규모 국방비 증액 등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의 안보 청구서는 한미 동맹의 미래 그리고 미-중 경쟁 시대 한국 외교·안보의 좌표를 결정지을 중요한 이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 등으로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안보 문제를 분석해온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동맹 현대화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큰 판을 놓고 장기판의 말인 주한미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개념”이라며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동맹 현대화’의 필요성에 양국이 공감한다는 큰 틀의 합의는 들어갈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확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의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을 조기에 매듭짓고 우리군의 감시·정찰(ISR) 능력과 지휘 체계 개편 등 전작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방개혁을 추진해 ‘자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는 어떤 의미인가.
“트럼프 정부에서 특히 미국 국방부가 그리고 있는 한미동맹 현대화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큰 판에서 장기판의 말인 주한미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을 주한미군의 운용과 관련된 얘기로 인식하고 있는데, ‘동맹 현대화’는 그보다 훨씬 큰 개념이다.”
―이와 관련해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역량”이라고 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한미군은 중동에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보내는 등 이미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해서 움직이고 있으며, 앞으로 주한미군의 전력 구조와 역할을 변경해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면서 주한미군 규모 조정(감축)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확고하다고 하면서도, 주한미군은 한국만 방어하는 게 아니고 지역 차원에서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에 맞게 전력 구조를 변경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내용 정도에 합의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명확하게 합의해서는 안 된다. 동맹현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실무선에서 하나하나 미국과 협의하면서 우리가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가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그런 구체적인 것까지 다 합의해 못 박아버리면 앞으로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백악관에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질 텐데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잘 준비해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2022년 12월 경기 평택시 오산에어베이스에서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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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전작권 전환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그에 맞춰 실질적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 미국이 국방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위는 한국이 전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그에 대비해 감시·정찰(ISR) 능력을 갖추고 지휘 체계도 개편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지금처럼 ‘눈과 머리’는 미국한테 다 맡겨놓고 주먹만 키우는 군으로는 안된다. 이제 전작권을 가져와 스스로 싸울 수 있는 군대로 탈바꿈해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국방비 인상 문제를 우리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동맹현대화는 결국 중국과의 갈등을 더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
“미국과 동맹현대화에 큰 틀에서 합의하더라도 세부적으로 조율을 해나가면서 최대한 중국과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해나가야 한다. 어떤 무기를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배치하는가에 따라 전략적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동맹현대화와 관련해서 우리는 가능하면 많은 옵션을 개발해 주머니에 넣고 있어야 한다. 또, 상대방이 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군사 분야 대화를 통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도 충돌 방지 차원에서 군사 분야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도 당연히 군사 대화를 통한 소통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고 있고 ‘한국 패싱’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대화로 나올 이유가 없다. 북한의 힘은 이만큼 커졌는데 한국과 미국은 여전히 2019년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대화에 관심 있을까. 김정은이 남쪽과의 대화를 필요로 하는 사실상 유일한 이슈는 군사 문제다. 핵은 만들었지만 재래식 전력이 열세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보면서도 김정은은 재래식 전력 문제, 특히 대공, 대함 전력 등 접근거부 전력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우리가 남북 군비 통제와 군사 대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이면 그런 대화는 실현될 수 있다. 미국도 이를 지지할 것이다. 이전처럼 핵 문제만 가지고 대화하자고 하면 미국과 북한 모두로부터 ‘패싱’ 당할 우려가 있다. 우리가 이런 정세를 제대로 파악해 군비 통제에 대한 우리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북한, 미국도 여기에 응할 것이다. 현재 국제 정세를 보면 이 군비 통제 어젠다를 가지고 남·북·미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함께 하는 7자 회담으로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지역 안정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재래식 전력에 대한 군비 통제와 함께 북한의 핵에 대한 현실적 억제와 관리, 궁극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남과 북, 한반도에서의 안보딜레마를 해소해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속가능한’ 안정과 나아가 평화가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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