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한-미 정상회담 오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중국 견제’ 압박 견딜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부 외교 라인은 이 사안을 어떻게 풀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대만해협 침공시 한국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선을 그으면서 회담 공동선언문에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원론적 수준의 내용’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는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한 억제용에 한정하지 않고 동북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특히 미국의 국방·국무부 라인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새 국방정책’(NDS)을 짜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한미군의 임무를 북한 억제가 아닌 중국 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주한미군 철수나 재배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거론해왔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대만해협 개입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만에 주한미군이 개입하는 형태가 되면 안 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 대상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추진하겠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미국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관여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국 내 일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그렇게 우리에게 통보하거나 협상에 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담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에 “미국이 ‘동맹 현대화’ 틀 속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고 있는 만큼, (미국은) 한국에 거기 (동참하라고) 압박을 한다. 중국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얘기도 미국과 나누고 있다”며 “(다만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구체적 단계까지 얘기를 나누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전략적 유연성보다 국방비 인상 카드를 더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유연성 의제 상정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동맹까지 갔고, 중국의 경우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힘의 투사가 여러 군데서 이뤄지고 있다. 서해에서조차도 우리 눈에 거슬리는 게 나오고 있다”며 “이럴 때 어떻게 우리 방위력을 높이고 평화를 지켜나갈 것인지, 이 기회에 미국과 협력해서 우리의 국방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말하는 ‘중국 견제’를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전략적 유연성보다 ‘국방비 인상’에 초점을 맞춰 한-미 정상회담에서 윈-윈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공동선언에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와 같은 급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 차원의 논의는 원칙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3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성격 변화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얘기를 나눌지 공감대를 이뤘냐’는 질문에 “거기까지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미 연합태세가 중요하고 미군이 70여년 간 한반도에 평화유지를 공헌해온 것 등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이상의 것은 실무선에서 더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략적 유연성’이 이번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어떤 맥락과 표현으로 담기느냐도 관심사다. 2006년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맺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공동선언문에는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서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등의 표현이 담겼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언급된다면, 어떤 표현으로 담기는지, 왜 지금 시점에서 언급되는지 설명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