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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참모총장
“복종 원하면 다른 사람 앉혀라”
신뢰도 조사, 네타냐후보다 높아
지난달 13일 안보 회의에 참석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의 모습.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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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군정(軍政)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초래할 영향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밤 열린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 6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 도중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방위군 참모총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장관들을 향해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와 휴전을 거부하는 지도부에 가자지구 점령을 고수할 경우 이스라엘이 군정을 실시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투 지역’으로 선포하고, 하마스의 최대 거점 가자시티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체 점령을 목표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자미르는 네타냐후를 향해 “맹목적인 복종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데려오라”고도 말했다.
앞서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에는 60일간 교전을 중단하고 생존 인질 20명 중 10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회의에서 자미르는 투표로 수용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네타냐후는 하마스를 격퇴할 유일한 방법은 군사력을 행사하는 것뿐이라면서 거부했다. 이튿날 네타냐후는 “닫힌 문 뒤에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지만, 외부적으로는 단결된 전선(戰線)과 철권이 필요하다”면서 군의 언론 브리핑을 중단하라고 자미르에게 지시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31명이 사망했다.
지난 3월부터 참모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자미르는 최근 네타냐후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자미르는 지난달 안보 내각 회의에서도 “(전쟁을 지속하면) 인질을 위험에 몰아넣고 가자지구에서 지친 군대를 곤경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자미르가 군을 대신해 발언할 권리를 옹호하며 ‘토론 문화는 유대 민족 역사에서 떼어낼 수 없는 전통’이라고 말했다”면서 “자미르는 네타냐후와 갈등을 빚는 수많은 장군 중 가장 최근의 인물이지만, 명령을 받으면 포위된 지역을 점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미르가 최고위 지휘관으로서 군의 입장을 대표해 전달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와 무작정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자미르는 1984년 징집돼 전차 장교로 군 경력을 시작했다. 기갑여단·기갑사단 사령관을 거쳐 2012~2015년 네타냐후의 군사 비서관을 지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자미르는 겸손하면서도 전형적인 군인으로서 임무를 완수했기에 총리와 직접 소통하며 신뢰를 얻었다”면서 “그는 ‘네타냐후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하는 사람이 ‘트럼프의 언어’를 알아야 하듯, 자미르는 네타냐후를 칭찬하고 그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2018년 자미르를 부참모총장으로 승진시킨 데 이어 참모총장으로 발탁했다.
자미르는 체계적인 지휘와 강직한 성품으로 군과 정치권의 신임을 받았다. 군사력 증강, 이슬람 무장 세력 척결을 내세우는 강경한 태도로 이스라엘 극우 진영에서도 환영받았다. 올 들어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붕괴시키고, 6월에는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폭격하고 혁명수비대 지도부를 제거하면서 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자미르의 인기도 함께 올라갔다. 최근에는 극심한 정치적 분열로 네타냐후에 대한 신뢰도가 40%에 불과한 반면, 자미르의 신뢰도는 68% 이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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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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