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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북한 핵무기 모른 척 넘어가겠네”…시진핑, 김정은 옆에 세워놓고 중국 핵전력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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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일방주의 따른 반작용
    中, 北을 반미 지렛대로 쓰려
    유엔 제재에도 과감히 초청

    金, 톈안먼서 다자외교 데뷔
    반미연대 강화에 ‘어부지리’

    북∙중∙러 정상만 나란히 입장
    66년전 김일성도 못받은 환대
    金∙푸틴, 양자회담서 혈맹 과시


    매일경제

    중국 시진핑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에 모인 모습.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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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활용해 ‘반미(反美) 연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이번 전승절 참석에서 가장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은 북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핵 개발·러시아 밀착 이후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를 일거에 회복하는 동시에 미국 주도 질서를 반대하는 중·러 진영에 본격 진입하며 외교 공간을 크게 넓혔다.

    반미전선 구축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노림수가 김 위원장에게는 ‘어부지리’의 기회가 됐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 일방주의, 거세지는 미·중 전략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질서 균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암묵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해석될 장면을 잇달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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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교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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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김 위원장은 열병식이 열린 톈안먼광장에서 시 주석의 바로 옆자리를 꿰찼다. 톈안먼 망루에서도 시 주석 바로 왼쪽에 서서 중·러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향해 무차별적인 관세폭탄을 던지며 상대국의 안보·예산 등 주권까지 문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만든 부작용이라는 측면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정상이 나란히 열병식 행사장에 입장하는 모습은 선대인 김일성 주석도 하지 못한 일”이라며 “북한 내부에서 대대적으로 정치적 선전이 가능한 성과”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핵·미사일 전력을 함께 지켜본 것 역시 큰 성과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명시적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대외적으로는 시 주석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그림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다짐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아가 불법적 핵 확산에 나선 국가를 제재할 의무가 있는 안보리의 역할 자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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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타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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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적인 대(對)중국 압박 공세 속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손을 뻗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톈안먼 망루에서 곁을 내주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다.

    시 주석은 그동안 북한·북핵 문제에서 보였던 중국의 전통적인 스탠스에 생길 부담을 감수했다. 한·미·일 밀착 속에 미국에 더 강력한 견제구를 던지기 위해 김 위원장을 국제사회에 데뷔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자신의 옆에 세운 것은 한반도에 대한 자기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반복해서 거명하고,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남북 간에 다리를 놓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고 ‘북한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유효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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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김일성 북한 주석, 저우언라이 중국 국가부주석,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부터)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 바이두 캡처]


    다만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 연대가 실질적으로 강화될지에 대해서는 다소 관측이 엇갈린다. 세 나라는 반미라는 공통점으로만 묶을 수는 없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한·미·일 협력 구도만큼 ‘단단한 삼각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 교수는 “북·중·러 구도는 상징성은 있지만 3국 정상회의가 이뤄지거나 한·미·일처럼 제도화된 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은 중국이 꺼리고 있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국제무대에서 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이 규범을 지키지 않는 북한을 옹호하기 어렵다”며 “중국은 명시적으로 북핵을 인정할 수 없는 지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향후 물밑에서 북핵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를 놓고 북한과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고 북·러 간 전방위적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열병식과 연회에 참석한 뒤 같은 차량을 타고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이동해 회담했다.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에 감사를 표하며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이 “김 위원장의 지도하에 쿠르스크주의 해방을 도왔다”며 “러시아는 용감하게 싸워준 북한군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러·북 관계가 모든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열병식 행사장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직접 방북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활동을 전하는 텔레그램 계정을 인용해 두 정상이 열병식에 앞서 짧게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열병식 참석을 정상외교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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