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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한미 관세 협상 교착 지속... 유엔 참석 앞두고 고민 큰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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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실무 협상 교착 빠진 상황 속
    李, 이달 말 유엔 참석차 방미 예정
    정상 간 해결 기대 속 "일정 미정"
    기대 여론 앞서가자 대통령실 고심
    "협상기간·국익 꼭 연결되지 않아"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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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간 후속 관세 협상이 교착 상황에 빠지면서 대통령실과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양국은 관세를 15%로 낮추는 것으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 대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방식을 두고 현격한 이견을 보이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차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달 말 유엔(UN) 총회 참석이 협상 타결이냐 장기화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한미 정상회담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은 미정"이라며 "총회장이나 리셉션에서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나란히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무 단위에서 조율 중인 단계라는 설명이다.

    최근 한미 후속 관세 협상을 둘러싼 파열음이 지속되면서 2차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여론도 커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했지만, 대미투자 펀드 구성 등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장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15%의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아직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적용받아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두 정상이 조우할 자리가 마련되는 것은 협상을 매듭지을 기회라는 점에서 정상 간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작지 않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 여론이 앞서 나가는 것은 대통령실 입장에선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정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회담이 불발된다면 일본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관세 인하가 시급한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면서 여론 지형이 악화할 수 있다.

    다만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해 미국의 요구대로 국익에 배치되는 내용에 합의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국익 보호를 위해선 협상 데드라인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양국 간 접점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엔총회가 아니라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이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미투자에서 현금 출자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자, 미일이 체결한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한미 간에도 필요하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많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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