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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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위탁판매 계약 시 법인보험대리점(GA)의 불완전판매 비율과 불건전 영업 가능성 등 리스크를 평가하도록 하는 ‘제3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가 리스크가 큰 GA와 계약하는 등 GA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이해상충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보험사 제3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는 GA에 대한 리스크를 정량적·정성적 방법으로 측정해야 한다. 정량적 지표로는 불완전판매비율과 민원발생건수, 정성적 지표로는 GA의 내부통제 수준과 소비자 보호 체계의 적정성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보험사가 GA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게 하는 등 사실상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GA의 불건전 영업에 대한 책임 일부를 보험사에 부과하면서, GA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한층 강화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보험사가 실적을 위해 불건전 영업 가능성이 큰 GA에 상품 판매를 맡기면서도,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판매를 위탁하는 보험사도 할 일을 제대로 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라고 했다.
일러스트=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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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의 이해상충 문제로 공정한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 실적이 GA의 영업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GA업계의 입김이 세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보험사가 실적에 영향을 주는 GA를 까다롭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A 소속 보험 설계사 수는 2020년 23만3000명에서 지난해 28만5000명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19만9000명에서 18만700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손해보험사 매출(초회보험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판매채널은 GA(31.1%)였다.
이 때문에 성실하게 내부통제를 강화한 GA가 역차별을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GA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반면, 중소형 GA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평가 책임이 보험사에 전가되면 공정성 확보가 불가능해져 성실한 GA가 상대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가 GA 관련 리스크 관리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더 체계적으로 하자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취지다”라며 “감독 당국도 필요시 문제가 되는 GA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동일하게 하기 때문에 (보험사와) 같이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보험사가 수용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를 벗어난다면 비중을 줄이는 등 스스로 판단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GA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순위를 발표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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