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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노벨평화상 마리아 레사, "트럼프와 두테르테의 언론 탄압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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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 마리아 레사, 美 토크쇼서 언급
    "미국인, 헤드라이트 앞 사슴과 같다"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양자회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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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언론인이자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레사(62)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언론 탄압 방식이 판박이라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파 활동가인 찰리 커크가 암살당한 이후 보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 매체를 압박하고 있다. 전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에서마저 '표현의 자유'가 정치권력에 억압당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22일 필리핀 매체 더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레사는 지난 19일 미국 토크쇼 ‘데일리쇼’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자유 억압이 두테르테 시절 필리핀에서 겪었던 상황과 똑같다”며 “데자뷔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동시에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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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왼쪽)가 19일 미국 토크쇼 '데일리쇼'에서 진행자 존 스튜어트와 대담하고 있다. 데일리쇼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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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최근 ABC방송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무기한 방영 중단을 결정했다. 진행자 키멀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커크를 죽인 범인을 자기 진영과 다른 존재로 규정하며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발언한 게 빌미가 됐다. 미국 국방부는 이후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 전 사전 승인을 의무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이 날 공격하는 것뿐이라면 (방송사) 면허를 취소하는 게 낫다”고 위협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정권 비판 보도를 이어가던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를 폐쇄하고, 언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며 재갈을 물렸다. 레사가 세운 독립매체 래플러도 정부로부터 강제 폐쇄 명령을 받았다. 레사는 “두테르테는 헌법에 규정된 권력 분립을 단 6개월 만에 붕괴시켰는데, 트럼프는 취임 100일 만에 같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레사는 두테르테의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 싸운 대표적인 저널리스트다. 두테르테 정부는 그에게 11차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탄압 속에서도 언론 자유를 지켜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항구적 평화의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기반한 저널리즘은 권력 남용과 거짓말, 전쟁 선전에 맞서고, 정보의 자유는 대중을 깨어 있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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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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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사는 ‘데일리쇼’에서 미국 사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앞에 무력하게 얼어붙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미국인들은 지금 헤드라이트 앞에 선 사슴과 같다”며 “이 상황을 피하지 않으면 권리(자유)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데일리쇼' 진행자인 존 스튜어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에서 ‘표현’의 뜻을 재정의했다”며 “대통령 지지 발언만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고 맞장구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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