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생존권·주권 포기 요구"
관세 전쟁 비판 등 국제 규범 강조도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 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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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이 2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자위권 보장을 위해 핵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김 부상은 이날 북한 고위급 인사로선 7년 만에 가진 뉴욕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며 비핵화 불가 입장을 재천명했다. 김 부상은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 부상은 북한의 자위권 차원에서 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이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벌이며 북한을 도발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에 한반도에서 물리적인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논리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포기' 조건으로 미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23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선을 그었다.
유엔 사무총장 면담 등 정상국가 인식 심으려 노력
김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연설에서 유엔 헌장과 국제 규범이 서방 패권국으로 인해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을 부각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반이 침체와 불안정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부상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면담했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실은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김 부상이 한반도 및 주변 지역 상황과 유엔과 북한 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유엔 총회 연설을 하고 사무총장을 만난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2014, 2015년에는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2016~2018년에는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참석했지만, 하노이 노딜 다음 해인 2019년부터는 따로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고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연설해왔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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