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주자 헬싱, ‘CA-1 유로파’ 공개
생산비 저렴하고 제작 기간도 짧아
"저렴한 드론, 비싼 탱크 쉽게 파괴"
독일 AI 방산업체 헬싱이 지난달 25일 투센하우젠 사옥에서 AI가 탑재된 신형 드론 'CA-1 유로파'를 공개하고 있다. 2027년 첫 시행비행, 2031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한다. 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년 7개월째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방산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무인기(드론) 전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드론과 인공기술(AI)이 전장의 주연이 되면서 방산 신생기업(스타트업)이 급부상한 결과다.
가장 큰 변화는 무기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업체 주도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필요한 무기를 생산할 업체를 선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업체가 민간 투자를 받아 이미 만든 무기를 정부에 파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군비 확충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방산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대표 주자는 독일 뮌헨에 기반을 둔 ‘헬싱’이다. 우크라이나에 AI 드론을 대거 보급하는 이 업체는 최근 첨단 AI와 스텔스(저탐지) 기능이 탑재된 신형 드론 ‘CA-1 유로파’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헬싱은 2021년 설립 당시 벤처캐피털 회사인 ‘프리마 마테리아’로부터 초기 자금을 받아 AI 드론을 제작, 현재 기업 가치가 120억 유로(약 19조8,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유럽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됐다. 6월에는 독일 항공기 제조사 '그롭'을 인수해 AI 기반 전자전·정찰 시스템, 무인 잠수함·타격 드론까지 개발하며 세를 확장 중이다.
NYT는 헬싱과 함께 자율 무인 잠수정 개발에 나선 독일 브레멘 기반의 유로아틀라스와 드론 요격기 개발에 나선 영국의 스타트업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도 주목할 만한 업체로 소개했다.
"몇백만 달러만 있어도 소형 기술 개발 가능"
독일 AI 방산업체 헬싱이 지난달 25일 투센하우젠 사옥에서 AI가 탑재된 신형 드론 'CA-1 유로파'를 공개하기 전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주지사가 센타우르(Centaur) 시뮬레이터를 체험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NYT에 따르면 2021~2024년 유럽 방산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이전 3년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 스페이스X, 팔란티어 등 미국 업계보다 늦게 시동이 걸리긴 했지만 급속한 확장세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이 군비를 대거 증강하면서 투자자들이 방산업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물론 정부 예산을 받고 진행하는 무기 개발에 비해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기반의 자율무기가 이런 위험을 낮출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생산비도 저렴하다. 무인 시스템이라 인명 보호용 안전장치도 필요 없다.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다양한 무기체계와 호환도 가능하다. 지난 5월, 헬싱이 발트해 상공에서 AI 전투기 조종사 역할을 하는 전투 시스템 센타우르(Centaur)를 스웨덴의 그리펜E 전투기에 연결, 시험비행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 예다.
전장에서 비용 효율성도 높다. 합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드론은 수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전차를 단번에 파괴할 수 있어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파괴되는 목표물의 80%도 드론에 의한 것이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에릭 슬레싱어는 NYT에 “몇백만 달러의 자금만 있어도 소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 기간도 짧아 투자금 회수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반면 미군 주력 전투기인 F-35의 경우 ‘1995년 개발 시작→ 2001년 록히드마틴 업체 선정→2006년 생산’이라는 오랜 절차를 거쳤고, 한 대당 가격은 8,000만 달러(약 1,122억 원)에 달한다.
다만 민간 투자자의 1차 목표는 안보상 이익이 아닌 수익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 전략과 충돌 가능성 △군사복합체의 비대화 △군사 기술 발전의 악용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