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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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폴란드·루마니아 등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무인기)이 유럽 어디서든 다시 출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등은 드론이 침입하면 격추하자고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해 “최근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드론 사태는 러시아가 여전히 이 전쟁을 고조시킬 만큼 대담하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목표는 결코 우크라이나만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항상 서방과 유럽을 붕괴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폴란드를 겨냥해 드론을 발사하거나 북유럽 국가들 영공을 침범한 일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 경험을 파트너들과 공유할 준비가 돼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동유럽·북유럽에서 반복되는 러시아의 영공 침범 도발이 서유럽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지난달 10일 러시아 드론 19대가 폴란드 영공을 넘어간 데 이어, 지난달 13일 루마니아에도 러시아 드론이 침범해 루마니아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지난달 22일엔 덴마크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포착돼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덴마크 당국은 이것이 러시아 소행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러시아 드론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에) 명확한 메시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드론은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들은 파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니쿠쇼르 단 루마니아 대통령 역시 추후 자국 영공을 침범하는 드론은 격추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드론에 대한 공동 방어 체계인 ‘드론월’ 구축을 두고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드론월은 드론(무인기) 침입을 탐지·추적·무력화하기 위한 센서와 무기 시스템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이런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연합 비공식 정상회의에선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은 남유럽 국가 등이 여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럽연합의 방공 자산이 동유럽 국가들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동부 전선만 바라보고 남부 전선을 잊는 실수를 한다면 이는 결정적인 조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역시 유럽연합 방위 구상이 유럽 동부 국경에만 한정돼선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이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 다시 모여 러시아 드론 대응 방안 등을 계속 논의할 예정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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