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한통고 '집행정지' 예정대로 개최
"짱깨, 빨갱이 꺼져라" 노래 부르며 행진
중국인 단체 관광객 향해 "치안 악화돼"
"국가 간 관계 악화될 수도" 우려 쏟아져
3일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일대에서 열린 보수단체 '자유대학' 집회 및 행진에 참석한 이들이 CHINA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지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혐중(嫌中) 시위'가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 한복판을 점령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2일 수석보좌관회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여러 차례 혐중 시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극우 보수단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골적인 혐중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혐중 시위가 반복되면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보수단체 '자유대학'은 이날 오후 2시쯤 '부정선거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종로구 광화문 일대까지 행진했다. 보행로와 차로 2개를 점거한 참가자 6,000여 명(오후 4시 30분 기준·경찰 비공식 추산)은 '중국 공산당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차이나 아웃" 구호를 연신 외쳤다. 차량에 탑재된 스피커에선 "짱깨(중국인 비하 발언)는 대한민국에서 꺼져라"는 노랫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시작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무비자 입국 정책에도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충북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주은희(67)씨는 "이재명이 무슨 생각으로 중국인을 불러들인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중국인은 관광 오는 게 아니다. 불안해 못 살겠다"고 했다. 대학생 전모(22)씨도 "뉴스만 봐도 중국인의 범죄 소식이 끊이질 않는데 (무비자 입국 조치로) 치안이 악화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옆 차선을 지나는 버스를 향해 팻말과 태극기를 흔들어보이며 고성을 내지르는 등 과격 행동을 하기도 했다.
연관기사
• 중국인 관광객이 범죄자? 혐중 음모론에 유커·관광업계 분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21237000134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212370001342)
3일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추석 연휴 첫날 혐중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귀를 막거나 고개를 내저으며 시위대를 피했다. 나들이를 나온 안영미(56)씨는 "한국인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할 지경"이라며 "중국인 관광객과 상인들은 무슨 죄냐"고 비판했다. 집회 장소 부근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이모(60)씨는 "저렇게 막무가내로 적개심을 드러내는데 중국 관광객이 오겠느냐. 외국인이 와서 팔아주는 게 얼마나 많은데 장사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멜리사(29)는 집회 내용을 전해 듣자 "인종차별적인 과격 시위로 보인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날 집회는 경찰의 제한 통고 조치에 반발한 보수단체 측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열렸다. 법원은 다만 경찰 조치의 절차상 흠결로 집행정지를 인용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집회 참가자들의 언어 폭력 등을 허용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이날 시위와 행진에선 중국인들에 대한 과격한 비방 구호가 연신 울려퍼졌다.
최근 서울 명동과 대림동 일대에서 혐중 시위가 잇따르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격이 훼손된다고 자제를 촉구했고 주한중국대사관도 이례적으로 "불순한 의도"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혐중 시위가 극성을 부리자 법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한창 열렸던 '혐한 시위'로 국민 정서 악화는 물론 국가 대 국가의 외교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며 "집회의 자유는 있지만 혐오의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처벌 조항을 강화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