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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극우 성향 ‘여자 아베’ 다카이치…“총리 돼도 야스쿠니 참배” 강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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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4일 일본 자민당 당대표 선거 결선 진출 뒤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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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의 사슴을 발로 차는 사람이 있다. 에스엔에스(SNS)에 눈에 띈다.”



    4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차기 일본 총리 자리를 예약한 다카이치 사나에(64) 의원은 자민당 극우파 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총재 선거 고시일 때 한 연설에서 나라 공원의 사슴을 외국인 관광객이 학대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서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고 기뻐하는 외국인이 방문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근거를 들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 등에서 발언의 근거를 묻자 “나름대로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데 그쳤다. 그가 근거가 박약한 이런 주장을 총재 선거 첫머리 때 일부러 꺼냈던 이유는 배외주의적 정서를 자극해 표를 모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는 다카이치 총재의 극우적 성향의 일단을 보여주는 일화다. 또 외국인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 별도 부서를 만들어 대책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은 역대 정부의 ‘총리 담화’와 관련해 올해 전후 80년을 맞아서는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강조해왔다.



    또한, 그는 지난달 28일 일본 시마네현이 정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과 관련해 “원래라면 당당하게 장관이 나가면 된다.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며 “우리 모두가 일본 영토라는 걸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일본 역대 정권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 인사인 정무관을 파견해왔다.



    다카이치 총재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현직 각료일 때도 꾸준히 참배해왔던 인물이다. 지난 2022년 한 강연회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안 하는 등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며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의 이런 강경 우파 성향과 외국인 배척을 통해 지지세력을 넓히는 태도로는 일국의 총리 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한·중·러 등과 정상적인 외교가 어려우며 과반이 안 되는 소수 여당인 자민당 입장에서 야당과 협조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는 비판도 받아 왔다.



    그는 나라현 출신으로 고베 대학을 졸업한 뒤 마쓰시다 정경숙에서 정치를 공부했다. 텔레비전 앵커 등을 거쳐 1993년 국회의원(중의원)에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치권에 들어왔고, 1996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10선 의원이다. 아베 신조 1차 내각 때인 2006년 오키나와 및 북방정책 담당상으로 첫 입각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려온 고 아베 전 총리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2014년 아베 2차 내각 때 총무상이 되어서 총무상으로 역대 최장인 1438일간 일했다. 그는 자민당 파벌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지지를 모아왔으며, 그 자신도 아베 총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세 확대에 이용해왔다. 이런 아베 전 총리와의 인연 및 극우 성향으로 인해 “여자 아베”로 묘사되기도 한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에서는 경제안전보장상을 지냈다. 자민당에서도 정책조정위원장 등 주요 직책을 지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 때는 정부 참여 요청을 거부하고, 유튜브와 전국 강연회를 통해 지지 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1955년 자민당 결성 이후 첫 여성 총재이며 국회 총리 선거에서 총리 선출을 사실상 예약했다. 총리 선출이 확정되면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다.



    그는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 총재 도전 만에 집권 자민당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첫 도전 때는 기시다 후미오, 고노 다로에 이어 3위로 낙선했고, 지난해 두번째 도전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당시 후보에 결선에서 역전패를 당하면서 2위에 그쳤다. 지난달 19일 세번째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2전 3기 끝에 총재 자리에 오르게 됐다. 세습 의원인 ‘금수저’ 출신 총리가 대부분인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자수성가한 총리가 될 전망이다. 그는 공무원과 직장인인 부모 사이에서 가정 교사 등 아르바이트로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정치 모델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꼽아왔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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