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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냉랭한 남북 관계 다리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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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9일 평양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했다고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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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9일 평양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했다고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또 럼 서기장은 지난 8월10~11일 한국을 국빈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달 간격의 서울·평양 순차 방문이다.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의 가교 구실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 총비서와 또 럼 서기장은 회담에서 “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확대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과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의견들을 교환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총비서는 북한을 ‘국가(국빈) 방문’한 또 럼 서기장 환영의식에 참석하고 환영연회를 주최했다. 또 럼 서기장은 이날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치러진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경축대회에서 주석단의 김 총비서 바로 옆자리에 서는 등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노동신문은 두 정상이 “회담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할뿐 둘의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베트남의 관영 언론은 또 럼 서기장이 주요하게 다룬 의제를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또 럼 서기장은 김 총비서한테 “경제협력 강화를 제안하고 베트남의 경험을 북한과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베트남뉴스통신(VNA)이 보도했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를 일으킨 베트남의 경험을 북한과 공유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또 럼 서기장이 김 총비서한테 ‘개혁개방’을 권유했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아울러 또 럼 서기장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관련 당사국 간의 대화 촉진, 평화적 수단을 통한 갈등 해결,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협력적·발전적 환경을 공동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베트남뉴스통신이 전했다. 또 럼 서기장이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는 뜻인데, 이는 핵무장을 앞세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한국을 일체 상대하지 않겠다”는 김 총비서의 정책 기조와 다른 접근이다. 노동신문은 두 정상이 회담에서 핵문제·남북관계 등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또 럼 서기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에 공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힌 바 있다.



    이런 사정은 또 럼 서기장의 두 달 간격 서울·평양 순차 방문이 베트남을 징검돌 삼은 남과 북 정상의 ‘3각 간접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가교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진다.



    한겨레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9일 치러진 조선노동당 창건 80돌 경축대회 주석단.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사진 왼쪽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사진 오른쪽이 순서대로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러시아당 의장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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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남북한 모두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과는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공유하며,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에 맞서 북한이 공군을 파병한 역사를 지닌 ‘이념의 동반자’다. 한국과 베트남은 베트남전쟁에서 ‘적군’으로 맞서 싸운 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2015년 자유무역협정(VKFTA)을 맺었고 지금은 서로 ‘3위 교역국’인 긴밀한 협력관계다. 한국은 베트남에 직접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지난 8월 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또 럼 서기장은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에 합의하는 등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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