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씨가 1996년 8월2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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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최태원 에스케이(SK) 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에스케이 그룹에 지원된 노태우씨 비자금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우리가 이 소송에서 주목하고 기억해야 할 것은 에스케이 경영 문제니, 세기의 이혼이니, 이런 게 아니라 노태우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300억원”이라며 “이 돈은 국민의 땀과 눈물 위에 쌓인 '권력형 재산'이다. 국고로 반드시 환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및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데 대한 반응이다.
앞서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노씨의 돈 300억원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에스케이그룹 회장에 건너갔고, 이 돈이 에스케이 그룹의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는 노 관장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태우가 1991년경 원고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하였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태우가 뇌물로 수령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하여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여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씨가 뇌물로 받은 비자금을 재산분할의 근거로 삼아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스케이 그룹으로 흘러 들어간 노씨의 돈 300억원은 과거 검찰 수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돈이다. 검찰이 1995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찾아낸 노씨의 비자금은 4189억원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3년 완납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의 초점이 비자금의 전모에 맞춰져 있지 않아 실제 비자금 규모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노 관장 쪽이 항소심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했던 노씨의 부인 김옥숙씨의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 등 총 904억원 규모의 비자금 내역이 담겼다. 이에 5·18기념재단은 지난해 10월 노 관장과 김씨 등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며 비자금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새로 드러난 노씨 비자금에 대한 국고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300억원의 비자금이 전달된 시기는 1991년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시행 전이어서 소급 적용이 어려운 데다, 노씨와 최 전 회장 등 당사자들이 사망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국가 폭력 범죄로 얻은 범죄이익에 대해서는 범인이 사망하더라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를 이번 기회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이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상태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군사반란과 내란의 주범들이 불법으로 획득한 재산을 환수할 수 없다면 사회적 정의 실현은 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며 “불법 비자금을 환수하려면 형법상 독립몰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이른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법’(형법 개정안과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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