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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국방과 무기

    中 특수부대 상륙, 총통 도주 소문… 대만, 드라마 ‘제로데이 어택’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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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민 특파원의 중화반점]

    대만 정부, 제작비 46억원 지원

    中은 제작 과정서 유·무형의 방해

    조선일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대만 사회를 혼돈에 빠뜨린다는 내용을 담은 10부작 드라마 ‘영일공격(제로 데이 어택)’ 포스터./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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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땅과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에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가 상륙한다. 중국 병력은 대만 본토 침공까지 시도한다. 전기가 끊기고 방송이 중단되고 은행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는 등 대만 사회는 대혼돈에 빠진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총통(대통령 격)이 국민을 버리고 피신했다” “이제 중국에 투항하는 것 외에 길이 없다”는 등의 메시지가 퍼지고 AI로 만든 총통의 딥페이크 동영상까지 등장한다. 이처럼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을 가정한 TV 드라마가 대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제작돼 안방극장을 찾아갔다. 지난 8월부터 대만 지상파 TV 채널인 PTS·FTV를 통해 방영돼 지난 4일 종영된 10부작 ‘영일공격(零日攻擊·Zero Day Attack)’이다.

    달달한 연애물이나 판타지, 장르물 등이 주축을 이루는 대만 안방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어두운 톤의 전쟁물이다. 중국의 침공이라는 대만인들의 최대 위협을 다뤘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어 제목 ‘제로데이 어택’은 아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컴퓨터 해킹을 의미하는데, 단 하루도 준비할 틈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뜻이다. 열 편의 에피소드가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식 구성인데 선전·선동을 앞세운 중국 공세에 대만인들이 패닉에 빠져드는 상황을 비중 있게 담았다.

    가령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해 사회에 극도의 불만을 가진 20대 젊은이들이 친중 범죄 조직에 포섭돼, 반중(反中) 시위에 나선 대만인들을 위협하는 정치 깡패가 된다. 중국 공작으로 치안 체계가 교란돼 친중 민병대가 대만인들을 통제하게 되는 상황도 그려진다. 마지막 10부에서는 중국군의 진먼다오 침공에 대응하는 대만군 지휘 체계가 대혼란에 빠지는데, 중국 지령을 받아 첩자 노릇을 하던 국방차관 소행으로 드러나는 상황을 그렸다.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부는 제작비 약 2억3000만 대만달러(약 107억원) 중 43% 정도인 1억 대만달러를 지원했다. 실제 총통부 집무실과 영빈관 건물에서 촬영하도록 허가를 내줬고, 지난 5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차이잉원 전 총통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까지 열었다. 이런 배경에는 군사 위협과 선전·선동을 병행한 중국의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

    라이칭더 대만 총통./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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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진은 “미사일 발사나 총격 등 실제 전투보다 중국 공산당의 ‘붉은 침투’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처럼 전면적인 전투 장면을 묘사하는 대신, 중국이 대만 인사들을 포섭하고 소셜미디어를 교란해 대만 국민을 선동하는 상황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현지 인터뷰에서 “실제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중국의 유·무형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신메이 총괄 프로듀서는 “제작진 절반 이상이 익명을 유지하기를 요청했고, 마지막 순간에 떠난 스태프도 많다”고 했다. 실제 중국은 ‘영일공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국방부는 첫 방영을 앞둔 지난 7월 말 “집권 민진당은 전쟁 공포를 조장하고, 대만을 갈등의 불길로 몰아넣어 대만 국민을 ‘독립의 총알받이’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대만 방송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스타일의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방영 뒤에도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중국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정치 스릴러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등의 평가가 시청자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대만 언론들은 전했다. 반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극단적 설정으로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있었고 일부 외국인 배우의 어설픈 연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친중 성향 야당 국민당은 “과도한 국방 프로파간다에 너무 많은 세금이 투입됐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고 비판했다.

    [타이베이=류재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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