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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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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과의 회동 취소한 트럼프…유가 인상 각오하고 대러 에너지 제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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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 두 곳과 자회사 30여곳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들어 러시아에 직접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이르지 못할 것 같았다”며 “그래서 취소했지만, 우리는 미래에 회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두시간 가량 통화 후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다음날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지원 요구를 거부하며, 푸틴 대통령의 영토 양도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러시아로 다시 입장이 기우는 듯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회담을 취소하고 대러 제재로 입장을 튼 것은 푸틴 대통령이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만남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지난 주말 보낸 서한에서 ‘돈바스 양도’와 ‘우크라이나 내 나토군 배치 불가’라는 기존의 종전 조건을 되풀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전선을 동결한 상태로 휴전 협상을 하자는 미국 측 제안과 거리가 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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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 미군기지서 만난 미러 정상. AFP연합뉴스


    미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6개월 된 아기를 포함해 최소 6명이 사망한지 몇시간 후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추가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에너지 부문 압박을 강화해 크렘린(러시아 정부)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경제를 지탱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은 ‘로스네프트 오일 컴퍼니’, ‘루코일’ 등 러시아 최대 석유 생산기업 두 곳과 그 자회사 30여곳이다.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이 두 기업은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러시아 정부 수입의 4분의 1 가량이 석유·가스 산업에서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지난 1월 러시아 주요 석유회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지만, 세계 석유 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에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보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대한 도박을 한 것이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2차 제재를 단행했지만, 러시아에 직접 1차 제재를 가한 것은 2기 행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에디 피시먼 수석연구원은 “다음 핵심은 로스테프트·루코일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은행, 정유소, 거래업체에 대한 2차 제재가 있을 것인지 여부”라고 CNN에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이제 살상 멈추고 즉각 휴전에 나설 때”라며 “동맹국들도 이번 제재 동참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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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UPI연합뉴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250㎞의 공대지 미사일 스톰새도의 러시아 공격 사용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스톰섀도를 제공한 나라는 영국이지만, 공격 목표 설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국이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승인 권한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알렉서스 그린케비치 유럽 주둔 미군 최고사령관으로 이관하면서 내려졌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거리가 1500㎞가 넘는 토마호크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을 검토 중인 때였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깊숙한 곳까지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이 승인했다는 것은 허위 뉴스다!”라며 “미국은 그 미사일들이 어디서 왔든, 우크라이나가 그 미사일로 무엇을 하든,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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