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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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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롱 부인은 남성”…가짜뉴스 퍼뜨린 유튜버들 첫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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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과 함께 2017년 5월7일 파리 루브르 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당선 축하 행사 무대에 오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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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남성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려온 유튜버 등에 대한 형사 재판이 27일(현지시각) 시작된다. 마크롱 부부는 미국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극우 인플루언서를 상대로도 미국에서 명예훼손 소송을 낸 상태다.



    르몽드·르피가로에 따르면, 브리지트 마크롱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들에 대한 첫 재판이 27·28일 파리 형사법원에서 열린다. 브리지트 마크롱은 지난해 8월 온라인 공간에 자신이 남성이라거나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올린 이들을 모욕·협박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해외에 나갈 때마다 (내가 남성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적이 없다. 국가원수의 배우자 중 이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파리 검찰청은 아망딘 루아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자칭 ‘영매’ 델핀 제구스 등 네티즌 10명을 기소했다. 2021년 연말 제구스는 유튜버 나타샤 레와 함께 ‘브리지트가 남성이며, 그의 오빠로 알려진 장미셸 트로뇌와 동일 인물이다’, ‘브리지트의 첫 남편은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이라는 등 허위 주장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 영상은 가짜뉴스로 신고되어 삭제되기 전까지 5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올렸고, 트위터(현재의 엑스)엔 ‘#장미셸트로뇌’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기도 했다. 담당 수사기관은 보고서에서 “브리지트 마크롱을 가장 거칠게 공격한 사람들만 선별”해 법정에 세운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의 형사 재판과 별개로, 마크롱 부부는 미국 극우 논객 캔디스 오언스를 상대로도 지난 7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오언스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647만명·유튜브 구독자 545만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지난달 피살된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가 설립한 단체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USA)’ 등에서 활동했고, 유대교가 ‘소아성애를 중심으로 한 종교이며 악마를 믿는다’는 등 반유대주의 발언을 해왔다.



    오언스는 마크롱 부부에 대해서도 ‘마크롱이 로스차일드(유대계 금융자본)한테서 어린 시절부터 조종당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신조작 프로젝트 엠케이(MK)-울트라가 브리지트의 생일인 1953년 4월13일 시작됐다’고 주장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3월엔 ‘브리지트 성전환설’ 등을 주장하는 11편의 영상 ‘비커밍 브리지트’(브리지트 되기)를 유튜브에 올려 회차마다 140만∼570만회의 조회수를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브리지트 마크롱이 사실 남성이라는 데 내 직업적 명성 전부를 걸겠다”고 호언했다. 이후 조 로건, 터커 칼슨 등 트럼프 진영의 거대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이를 거들며 가짜뉴스가 확대됐다. 오언스는 타임지 표지를 풍자해 브리지트 마크롱이 ‘올해의 남자’로 선정됐다는 티셔츠를 팔기까지 했다.



    마크롱 부부가 법원에 낸 250쪽 분량 고소장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오언스를 진정시켜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이 루머에 시달렸다. 그러나 오언스는 6월 자기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연락해 브리지트에 대해 그만 말하라고 부탁했다고 밝히는 등 낭설을 계속 퍼뜨렸다.



    마크롱 부부는 재판에 필요하다면 브리지트가 여성임을 증명하기 위한 과학적 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브리지트 마크롱의 과거 가족사진도 제출할 수 있으며, 마크롱 부부가 직접 미국 델라웨어 법정에 출석할 의사도 있다고 이들의 변호인인 톰 클레어 변호사가 르몽드에 전했다. 클레어 변호사는 “거짓으로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마크롱 부부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이 재판이 내년에 열리기를 원한다. 거짓말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수록 좋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 진영 여성 정치인·유명 인사 성별을 의심하며 공격하는 현상이 온라인 공간의 ‘밈’으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진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부인 베고냐 고메스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트리스탕 멘데스 프랑스 파리 시테대 교수는 르피가로에 “이 모든 현상은 미국·영국에서, 유명세를 지닌 여성들의 성별을 의심하는 ‘트랜스베스티게이션’(‘성전환’과 ‘조사’의 합성어)에 속한다”며 “(마크롱 부부 재판 동안) 엄청난 언론 보도에 뒤따르는 음모론 과열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불길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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