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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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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동남아 국가들과 무역 합의로 미·중 정상회담 협상 지렛대 강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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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미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아세안 정상들이 사진 촬영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미국 농산물 구매 및 핵심 광물 접근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무역 협정을 연달아 맺었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여러분과 100% 함께할 것”이라며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베트남과 잇따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는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없애기로 했고, 태국은 미국산 상품의 99%에 대한 관세 장벽을 철폐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도 거의 모든 미국산 상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반면 미국은 기존대로 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에 19%, 베트남에 20%의 상호관세를 유지하되, 무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을 일부 확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말레이시아·태국과는 별도의 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희토류 매장량이 161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는 미국에 희토류 또는 핵심 광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수출 쿼터를 적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태국도 미국에 희토류 우선 접근권을 제공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아세안 국가들과 희토류·핵심 광물과 미국산 농산물 관련 무역협정 체결에 힘을 쏟은 것은 협상 입지를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설 경우 미국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미국산 대두의 ‘큰손’ 고객인 중국이 수입을 계속 중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농가 민심 이탈이 가속화될 우려가 커진다.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에서 공세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미국의 이러한 약점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분석돼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정 체결 후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이번 협정으로 미국의 농업·기술·서비스 분야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들 국가와 맺은 무역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세부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아 미국 무역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불확실하다”며 “중국과의 협상이 틀어질 경우 그 규모를 상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이날 체결된 협정에는 중국을 겨냥한 듯 불공정 무역 관행 근절을 위해 각국이 미국과 공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관심을 모았던 ‘원산지 규정’에 대한 세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미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통해 우회 수출을 하고 있다면서, 환적한 것으로 판단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8월 서명했으나 아직까지 ‘원산지 규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운데),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왼쪽)이 태국-캄보디아 휴전협정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여러분과 100% 함께하며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강력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각국 정상들에게 “여러분들이 손을 대는 모든 것들이 황금으로 변한다. 굉장한 지도자들”이라고 치켜세우며 동남아 국가들에 매력 공세를 펼쳤다.

    이는 대중국 견제에 중요한 지역이 된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으로 쏠리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불만을 가진 동남아 국가들에 적극 손을 내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태국·캄보디아가 무력충돌 등 모든 적대 행위를 끝내고 국경 지대에서 중화기 등을 철수하며 지뢰 제거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는 휴전 협정 체결을 주도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휴전 중재에 대해 단순히 노벨평화상을 받으려는 노력이라기보다 “무역·관세 전쟁의 여파에 미국이 어떻게 대처하려는 지에 관한 더 큰 이야기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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