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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시위와 파업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 예고로 끝났지만…‘학교 앞 혐오시위’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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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후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안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하기에 앞서 교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우익단체는 해당 학교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했으나 실제로는 열리지 않았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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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소녀상 철거 집회를 예고한 극우단체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해당 단체가 앞으로도 소녀상이 있는 학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낮 2시 서울의 ㄱ고등학교의 앞에는 200여명의 경찰들이 배치돼 긴장감이 감돌았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극우단체는 이날 ㄱ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흉물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단체는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가 열릴 때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펴는 집회를 열고 있다. 4년 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ㄱ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한차례 바 있는데, 이번에도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 내 ㄱ고등학교와 ㄴ고등학교 앞에 집회 신고를 했다.



    경찰은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들 단체에 등하교와 수업 시간 등에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제한 통고’를 결정했으나, 단체들은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9일에는 ㄱ고등학교에 가고 다음주에는 (소녀상이 설치된) ㄴ학교에서 시도할 것이다. 시위가 막히면 게릴라식으로 계속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들 동상을 학교에 세워놓고 진로를 지도하는게 말이 되냐. 우리는 학습 환경을 정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예고된 시간을 넘기고도 단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현장을 찾아 ‘역사왜곡은 반교육적 폭력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정 교육감은 “할머니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 환경을 방해하는 집회가 이뤄진다는 것이 개탄스럽고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들 소녀상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토론하고, 학생들이 디자인해 만들어낸 역사 교육의 산물”이라며 “이를 모독하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했다.



    ㄱ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는 낮 3시가 됐지만 시위 단체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문이 아닌 인근 중학교 쪽으로 우회해 하교해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ㄱ·ㄴ고등학교에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안전 지도를 당부하고, 혐오 시위를 목격한 학생이 정서적 고충을 겪을 경우 상담을 지원하겠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학교 앞 혐오 시위를 사전에 막을 뚜렷한 방법은 아직 없다. 교육환경보호법은 학생에게 유해한 소음이나 오염물질을 학교 인근에서 차단하기 위해 교육감이 교육환경보호구역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게임물 시설’ 등 특정 시설의 설치만 제한할 뿐, 혐오표현이나 차별적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최근 중국동포 밀집 지역인 서울 대림동의 학교 인근에서 극우단체가 중국인 혐오 표현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집회를 여는 등 교육시설 인근 ‘혐오 집회’가 계속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육감은 “학생들의 학업에 방해되는 시위는 반드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국회에서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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