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주차장에 쌓여 있는 생수 모습. 일부가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악 가뭄으로 재난 사태까지 선포되는 등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강릉시가 기부받은 생수를 야외 주차장에 방치하다시피 보관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30일 강원도와 강릉시 말을 종합하면, 지난 17일 기준 강릉시가 기부받은 생수는 2ℓ짜리와 0.5ℓ짜리 등 1066만3081병에 이른다. 강릉은 지난 8∼9월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맨바닥을 드러내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 상수도 계량기 75% 잠금과 시간제 급수까지 시행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전국에서 강릉시민을 돕겠다며 생수를 보내는 등 온정이 이어졌다.
이에 강릉시는 가뭄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모든 시민에게 생수를 배부했다. 가뭄이 심각하던 지난달 중순 아파트 주민 1명당 2ℓ 6병 묶음 3개씩을, 아파트를 제외한 시민에게는 1인당 2ℓ 6병 묶음 2개씩을 각각 나눠줬다. 이에 앞서 1차로 1인당 2ℓ 6병의 생수를 배부한 바 있다. 이밖에 사회복지시설과 병원 입소자, 관외 주소지 대학생, 외국인 대학생과 외국인노동자, 어린이집, 24개월 이하 영아, 소상공인 등에게도 다량의 생수를 나눠줬다.
이런 식으로 시민에게 배부한 생수만 959만3965병에 이른다. 강릉시 인구가 20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1명당 48병에 가까운 생수가 배부된 셈이다. 그러고도 106만9116병이 남았다.
문제는 지난달 19일 이후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재난사태까지 해제되는 등 물 걱정이 없어지자 강릉시가 기부받은 생수 가운데 일부를 잡초가 무성한 야외 주차장에 방치하다시피 쌓아놓고 있다는 데 있다. 이곳 생수는 강릉아레나 주차장에 있던 것으로 9월 하순 이곳으로 옮겨졌다. 특히 생수 묶음 일부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일부는 포장이 뜯긴 채 햇볕을 그대로 맞고 있다. 생수의 용도나 주의 문구 등을 알리는 안내문 등도 전혀 없는 상태다.
실제 먹는샘물 유통과정에서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용기에서 유해물질이 용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22년 감사원이 서울 시내 소매점 272곳을 점검한 결과 37%에서 생수병을 야외 직사광선 환경에서 보관하고 있었고, 일부 제품에서 중금속인 안티몬이나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먹는샘물 등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를 보면, 제3조 보존방법에 ‘먹는샘물 등은 가급적 차고 어두운 곳에 위생적으로 보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먹는샘물 등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한다’로 돼 있어 생수 배부가 더이상 늦어지면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앞서 강릉에서는 가뭄이 끝나자 일부 시민이 기부받은 생수를 중고거래를 통해 내다 파는 행위가 이어져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와 강릉시 쪽은 11월까지 복지시설이나 소상공인 등에게 남은 생수를 모두 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