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중부의 누세이라트에 있는 알-아우다 병원에서 29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부상당한 아기를 한 주민이 안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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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뿐인 휴전, 평화 없는 휴전’
지난 10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가자전쟁 휴전이 이름뿐인 휴전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휴전 조항 위반을 명분으로 연일 정규전에 준하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9일 밤 가자 북부의 베이트라히야 지역을 공습해 최소 2명을 죽였다고 이 지역 알시파 병원 쪽이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자국군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한 무기 저장소를 목표로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전날인 28일 밤부터 29일 새벽까지 가자 시티 등 가자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해 104명이 사망했다. 지난 10일 휴전이 발효된 이후 이스라엘이 벌인 최대 공격이었다. 이 공격으로 숨진 104명 중에는 어린이 40명, 여성 20명도 포함됐다.
이 공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가자 남부 라파흐에서 이스라엘 병사 1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즉각 가자에 “강력한” 보복 공격을 하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공격 뒤 이스라엘방위군은 29일 오전 성명을 내고 “정치권의 지시에 따라 군은 일련의 공습으로 수십개의 테러 목표물과 테러리스트를 타격한 후 휴전을 다시 이행하기 시작했다”며 “휴전 합의를 계속 준수할 것이며 어떠한 위반 행위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투 중단과 휴전 지속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은 29일 밤 다시 베이트라히야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휴전 발효 첫날부터 휴전을 무색게 하는 공격을 시행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에 따라 가자지구 내의 철수선인 이른바 ‘옐로우 라인’ 안에서 휴전 직후부터 소규모 공습과 국지적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휴전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 중이라며, 정찰 및 제한적 타격을 진행했다.
급기야 지난 19일 이스라엘은 휴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라파흐 지역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사살해 휴전을 위반했다며 하마스의 터널, 무기고, 지휘부 등 수십개 목표물을 공습했다. 45명의 사망자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라파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대전차 미사일을 쏴 병사 2명이 숨진 데 대한 대응 조처라고 주장했으나, 하마스는 “라파흐 교전은 알지 못한다”며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공습으로 휴전 파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스라엘은 다시 “휴전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19일의 공습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 유해 송환을 지연한다며 비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스라엘은 27일 이스라엘군의 공병대 활동 중 공격받았다며 보복 예고한 데 이어 28일에는 하마스가 인질 주검 수습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북부 투파흐에서 하마스와 적십자의 주검 수습 당시 상황을 무인기로 찍었다고 주장하며 15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의 주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어제(27일) 하마스 요원들이 미리 준비한 유해를 꺼내 근처에 묻는 모습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영상에선 세 남자가 주검을 가져와 흙 속에 묻은 뒤 불도저를 불러 주검을 파내도록 하고, 이후 적십자 요원을 데려오는 장면이 나온다. 28일 오후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교전이 벌어져 이스라엘 군인 1명이 사망하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안보 내각 회의를 열어 가자지구 공습 재개를 결정한 것이다.
하마스가 억류했던 인질 주검의 수습은 휴전 협상 때에도 반환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가자지구의 광범위한 파괴로 유해 발굴과 수습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 직후부터 이를 휴전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공격의 명분을 찾아왔다.
하마스는 휴전 이후 라파흐 등지에서 이스라엘 병사를 숨지게 한 총격 사건에 대한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주장한다. 가자지구 내에는 하마스가 통제하지 않는 무장세력이 있고, 특히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지원하고 조직한 무장세력인 대중군(PF), 대테러공격대 등이 있다. 하마스는 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질들의 유해 발굴과 인도가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적십자가 하마스의 인질 유해 수습 조작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한 면회를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은 이번 휴전 조건 중의 하나이다. 하마스는 이 금지령은 팔레스타인 수감에 대한 인권 침해이고, 이들이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당하는 살해·고문·굶기기 등 조직적인 범죄 행위를 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많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자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했다.
휴전이 발효된 지난 10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에서는 모두 211명이 사망했다고 가자 보건부는 밝히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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