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1일 서울중앙지법 1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징역 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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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가 기소 이후 약 4년 만인 31일 민간업자 일당에게 모두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결탁해 벌인 부패범죄’라고 판시했다. 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경기 성남시 관계자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로 내정하고,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이들의 편의를 봐주고, 나아가 이 과정에서 공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이번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모두에게 업무상 배임 유죄를 선고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거인멸교사는 유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는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김씨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및 업무상 횡령도 유죄로 봤다. 공직자 이해충돌법과 횡령, 부정처사후수뢰 등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공사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정 변호사가 공모해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에게 수천억원대로 예상되는 사업 개발 이익을 넘겨주고, 사적 이익을 추구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며 기소했다. 구체적으로 시와 공사의 개발사업 방식 및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 등 내부 비밀을 이용해 김씨 등이 구성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명의 택지 분양수익 약 4054억원, 아파트 분양수익 약 3690억원, 자산관리 위탁수수료 약 140억원 등 총 7886억원 상당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그 결과 공사는 4895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법원은 피고인들 사이에 과거부터 금품 제공으로 인한 유착 관계가 형성되면서 민간업자들이 사업시행자로 내정됐고, 이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 등 특혜를 얻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재판부는 “공사 설립과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에서 민간업자들의 조력이 있었고, 남욱 등은 유동규에게 뇌물을 주고 술값을 결제하는 등 성남시와 공사 관계자들 사이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2014년 6월28일 유동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의 만남에서 기존 환지방식이 아닌 수용방식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남욱 등 민간업자들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받았다”며 “이후 김만배가 사업 주도권을 획득하고, 유동규와 정민용은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공모지침서에 반영해 이득을 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날 약 2시간 30분간 판결 이유와 주문을 읽어내려가며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사업 시행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역 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막대한 택지 개발 이익이 민간 업자들에게 배분되는 재산상 손해 위험을 초래했고, 실제 그 위험이 현실화됐다”면서 “범행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달리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민간업자들에 대해서는 “전 기자, 변호사, 회계사 등 충분한 사회적·법률적 지식과 자제력을 갖췄을 텐데도 막대한 이익을 얻으려고 소양과 품격을 지키지 못하고, 스스럼없이 중대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6112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17억원, 추징금 8억5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하고 각각 428억여원과 8100만원 추징을 명한 것과 비교하면 특히 추징금 액수에서 차이가 크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벌금 4억원도 선고됐다.
검찰 구형과 법원 선고 간 추징액 차이가 큰 것은, 재판부가 김씨 등이 배임 행위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득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이 크다. 재판부는 “장차 택지개발 사업이익이 사업협약 체결 당시의 확정이익 1822억원의 2배를 초과하리라는 점을 넘어 그 액수가 구체적으로 얼마가 될 것인지 정확히 확정하는 것은 불가하다”면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선고는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대장동 의혹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다.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이 개발 비리 의혹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재판부는 이 대통령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수뇌부’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사 본부장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모든 것을 단독으로 결정할 위치는 아니었다”며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규가 민간업자 사이 조율한 내용은 수뇌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심리 막바지였던 지난 3월부터 “어떤 경위로 정책을 결정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대통령이 5차례 연속 불출석해 불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14년 8월부터 대장동 사업 관련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줬다며 정 전 실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별도 기소됐다. 이 재판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대통령 당선 이후 헌법 84조에 따라 재판부가 공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하면서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에야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민간업자 등에 대한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통령 재판이 재개된 이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최근 국회에서 배임죄 폐지 논의가 나오고 있는 점 등 변수는 남아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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