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즐기러 온 시민들로 31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가 붐비고 있다. 장종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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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에는 축제를 맞은 즐거움과 지울 수 없는 슬픔과 애도가 교차했다. 3년 전 그날처럼 거리의 인파는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지만, 그날과 달리 중앙분리대를 따라 시민들은 줄지어 한 방향으로 걸었고, 경찰과 구청 직원도 곳곳에 배치됐다. 한편에 모인 시민들은 참사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아픔을 나누며 안전 사회의 의미를 되새겼다.
핼러윈을 맞은 금요일인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는 미니언즈, 스파이더맨 같은 인기 캐릭터나 마녀, 해골 등 분장을 한 시민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세계음식거리 주변으로 특히 인파가 몰려 저녁 10시20분께, 도보 약 300m 거리를 지나는 데 10분 이상 걸릴 정도였다. 일부 매장은 ‘거리 혼잡으로 대기 줄 금지'라는 팻말을 붙여 대기 줄로 인해 이동하는 시민이 뒤엉키지 않도록 안내했다.
3년 전 그날과 달리,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들은 곳곳에 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약 10m에 한 명씩 늘어선 경찰과 구청 직원은 확성기로 “우측으로 통행해달라”고 연신 외쳤다. 간이 중앙분리대가 시민들의 오른쪽 통행을 유도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병목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골목마다 직원들이 배치돼 시민들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했다. 방송을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지금 거리가 혼잡하니 안전에 주의해 이동해 달라”는 안내 문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2인 1조로 나뉘어 인파 상황을 살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오후 6시부터 이태원 일대에 기동순찰대 4개 대대 288명을 배치했다. 밤 10시30분이 넘어서며 이태원을 찾은 시민이 늘자, 도로는 비상 차량 통행로만 남겨둔 채 차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통제됐다. 밤 11시부터 지하철 6호선도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염소 해골을 쓴 고대 마법사로 분장한 채 이태원을 찾은 주한미군 재스턴(30)씨는 “사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듣고 걱정이 많았는데, 뉴스를 보고 안전 관리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서 나올 결심을 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태원 주민 ㄱ(30)씨는 31일 밤 이태원로에서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다시 이태원을 찾아달라는 마음을 담아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장종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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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시민들 사이,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바닥에는 그날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하얀 꽃들이 놓였다. 벽면에는 “목적과 상관없이 사고로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안전한 한국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한강진역 주변을 방문했다가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았다는 김은숙(62)씨는 “노르웨이 국적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씨의 사연이 담긴 기사를 잃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이제라도 그나마 안전 관리가 이뤄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토끼 인형 옷을 입고 프리허그를 하고 있던 이태원 주민 ㄱ씨(30)는 “참사 이후 이태원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애도를 담아, 그리고 다시 이태원을 찾아달라는 마음을 담아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가 들고 있는 손팻말 한쪽에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보라색 리본이 그려져 있었다.
이날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주변 이태원 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호박랜턴)이 공동 주최한 ‘애도와 안전의 축제’가 열렸다. 2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이태원과 참사에 대한 기억과 안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호박랜턴 상민 활동가는 “안전은 단순히 생명을 부지하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며 “안전하게 애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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