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지하철 이용객 5명 중 1명이 무임승차…“정부가 손실액 지원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 10월24일 오전 10시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하단역 방향 차량을 이용한 승객의 절반은 60대 이상으로 보였다. 김광수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 6개 도시를 달리는 지하철(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치단체와 지하철 운영기관들이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임승차 법령을 만든 정부가 국가철도에 지원하는 무임승차 손실액을 지하철에도 지원하고,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만큼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인 무임승차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노인·장애인 등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려고 시행하고 있다. 근거는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국가유공자법이다. 65살 이상은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1984년, 장애인은 1993년, 국가유공자는 1995년부터 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 2023년 전국 6개 도시 지하철·경전철 전체 승객 24억1791만명 가운데 4억9050만명(20.3%)이 무임승차였다. 승객 다섯명당 한명이 공짜로 이용했다.



    무임승차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전국 6개 도시 교통공사가 떠안은 무임승차 손실액은 2020년 4455억원, 2021년 4717억원, 2022년 5367억원, 2023년 6174억원, 2024년 7228억원이다. 지난 5년 동안 누적 무임승차 손실액은 2조7941억원이다.



    무임승차 손실액은 고령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2023년 무임승차한 4억9050만명 가운데 65살 이상이 4억1728만명이었다. 전체 무임승차 인원의 85%였다. 이어 장애인 14%, 국가유공자 0.9%였다. 전국 65살 이상 인구는 지하철 무임승차가 시작된 1984년 4.1%였으나 올해는 20.3%다. 40년 동안 다섯배나 늘었다. 앞으로 더 심각하다. 통계청 ‘2025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65살 이상 인구가 1051만4천명이다. 전체 인구의 20.3%다. 우리나라가 65살 이상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은 65살 이상이 2036년엔 30%, 2050년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겨레

    무임승차 손실액은 전국 6개 교통공사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2020~2024년 5년 동안 평균 24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연간 무임승차 손실액이 평균 1302억원이었다. 정부가 이 금액을 부산교통공사에 지원했다면 부산교통공사의 연간 당기순손실이 절반가량 줄어들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을 줄이려면 무임승차를 시행하지 않거나 무임승차 조건을 강화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도시철도 요금 면제 나이를 점차 올려서 2028년부터 70살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진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교통수단은 교통 약자를 보호하고 시민 부담을 줄여야 하는 공공재이다 보니 무임승차 중단이나 조건 강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임승차 손실액 해법의 하나는 공익서비스 의무(PSO: Public Service Obligation)다. 철도 운영자가 공익 목적을 위하여 기본적인 철도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경영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국가철도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무임승차 손실액을 보전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철도공사에 무임승차 손실액 1조2125억원을 지원했다. 전체 무임승차 손실액 1조5199억원의 79.8%다.



    한겨레

    지난 7월 전국 6개 도시철도 노사 대표들이 국정기획위원회에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 국비 보전을 건의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은 지원하지 않는다. 차별의 근거는 국가철도에 적용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지하철에 적용하는 도시철도법이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엔 공익서비스 의무 제도를 만든 국가가 국가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도시철도법엔 같은 강제 규정이 없다.



    이에 부산시 등 지방정부와 전국 6개 교통공사는 지하철에도 무임승차 손실액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정준호·민홍철·이헌승 국회의원은 도시철도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익서비스 의무 이행으로 발생하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겨레

    지난 7월 전국 6개 도시철도 노사 대표들이 국정기획위원회에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액 국비 보전을 건의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노인복지법의 65살 이상 무임승차 규정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 임의 규정이다. 도시철도법에서 지하철 운임(요금)은 광역자치단체장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비 지원에 부정적이다. 노인복지법에 ‘국가와 자치단체는 65살 이상 요금을 무료로 또는 할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자치단체가 조례를 개정해서 무임승차를 시행하지 않으면 된다는 논리다.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무임수송 규정을 담은 법령을 만든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시철도법과 노인복지법 등에 정부를 무임승차 손실 보상 주체로 명시하고 공익서비스 의무를 이행해서 발생한 무임승차 손실액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초고령화에 대비해 고령자 연령 기준 조정, 대중교통 수요가 많은 시간 무임승차 이용 제한, 이용횟수 상한 제한 등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