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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높고도 높은 ‘호남의 벽’…국힘, 지방선거 전 표심잡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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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K·PK에만 집중하던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서 일부 ‘변화’ 감지

    野, 총선·대선 모두 호남서 고전
    외연 확장 시도에 친한계도 공감


    매일경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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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권이 주를 이뤄 ‘영남 자민련’이란 오명까지 얻은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아직 7개월여 시간이 남았지만,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에서 모두 패한 만큼 전통적으로 열세인 지역도 빼놓지 않고 챙기겠다는 게 당의 계획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7일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부동산 정책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호남 방문을 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판한 데 대해 “진정성 없이 호남과 광주를 대해 온 민주당”이라고 맞받았다.

    장 대표는 “광주와 호남 광역단체장부터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까지 전부 민주당이다. 그렇지만 지금 호남이 소외당한다고 느끼는 건 결국 민주당 정치인들의 책임”이라며 “호남을 진정성 없이 대해 온 민주당 대표 눈에는 어떤 것도 진정성이 없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 대표는 전날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 했으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장 대표의 참배를 막으려는 이들이 그의 양복을 잡아당겼고, 이 과정에서 재킷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 고성은 물론, 장 대표를 향한 욕설도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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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여명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참배를 하러 오기 전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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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시민은 국립묘지 추모탑에 놓인 장 대표 명의 근조화환을 넘어뜨리거나 훼손했다. 장 대표는 시민들의 저항에 가로막혀 추모탑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약 30초간 묵념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방명록을 적거나, 헌화·분향을 하는 등 통상적인 절차도 이뤄지지 못했다.

    당대표 취임 후 첫 호남 행보가 순탄치 않았지만, 장 대표는 앞으로도 임기 중 매달 호남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당은 ‘매달 장동혁이 호남과 함께 합니다(월간호남)’, ‘매달 장동혁이 호남을 찾아갑니다(국민통합 정기배송)’라는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해 보수 정당에는 ‘험지’로 여겨진다. 작년 4월 치러진 제22대 총선의 경우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구 28개 중 단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이같은 동향을 두고 ‘호남의 벽’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올해 6월 대선에서도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특히 고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전국 득표율은 48.92%였는데 전남 85.87%(전국 1위), 광주 84.77%(전국 2위) 득표율이 당선의 토대가 됐다. 전북에서도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82.65%를 기록했다.

    험지 중의 험지인 호남에 국민의힘이 공을 들이기 시작한 데는 장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호남으로 대표되는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그의 구상에 그간 장 대표와 종종 마찰을 빚어온 친(親)한동훈계도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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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민단체의 항의에 참배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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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내에서는 제1야당 대표가 매달 특정 지역 방문을 약속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야당 의원은 “원내에서는 당장 내년 지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 더 주목하는 듯하지만, 그동안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만 바라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호남만이라기보다 전국으로 향하려는 시도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며 “전당대회에서 영남 출신이 아닌 당대표가 선출된 것도, 또 그 당대표가 중원에 힘쓰는 것도 같은 선상이다. ‘전국 정당’이 되자는 게 현 지도부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장 대표의 행보에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7일 5선 조배숙 의원을 당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는데 ‘조 의원이 호남 출신이자 영호남 국민통합에 앞장서 왔다’는 점이 그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민의힘이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유가족을 면회한 것을 두고도 호남 민심 잡기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장 대표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점등을 부각하며 ‘진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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