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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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상대국에 가한 관세와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무역합의를 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재개된 무역전쟁으로 악화된 양국 사이의 교역 조건을 트럼프 취임 때의 상황으로 되돌린 합의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신의 선공으로 시작된 이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보다는 취약점을 드러내고 현상유지만 얻어냈다는 평가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기지 못했고, 중국은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편집자
Q. 트럼프-시진핑의 무역합의에 대한 평가, 특히 미국 내에서 평가는 어떤가?
A.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판정패’라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인상과 첨단기술 통제 강화 등으로 중국에 선공했지만, 중국은 희토류 수출규제와 콩 등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로 역공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의 ‘트럼프의 중국 무역 전쟁의 교훈-베이징은 반격했고, 미국이 관세로 얻은 것을 찾기 힘들다’라는 사설이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무역전쟁, 특히 대등한 경쟁자와의 무역전쟁은 이기기 쉽지 않다”며 “중국은 반격을 선택했고, 트럼프는 중국의 희토류 광물 통제 지렛대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무역 분쟁이 이룬 것이 많지 않다”며 “기껏해야 미국은 시간을 좀 벌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퍼는 29일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했다’는 기고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지고있는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휴전이 됐다 한다면, 이는 중국이 미국에 우위를 쥐고는 미국의 영향력을 쇠퇴하게 하는 것이다”고 혹평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진핑-도널드 트럼프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등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기사에서 “트럼프의 첫 무역 공세가 베이징을 충격에 빠뜨렸던 10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잘 준비되고 경제적으로 더 강력해진 중국이 한때 훨씬 강력했던 상대와 싸워서 멈추게 했다”고 평가했다.
Q. 왜 이런 평가가 나오나?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고율관세와 수출통제도 유지하며, 중국을 옥죄고 있지 않은가?
A. 먼저 이번 합의를 보자. 미국은 트럼프가 지난 10월에 위협했던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한편 펜타닐 관련 관세 20%를 10%로 인하하는 등 전체 대중국 관세를 평균 55%에서 45%로 하향했다. 또,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일부 유예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확대를 유보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재개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펜타닐 관련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트럼프가 지난 4월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서로에 대한 관세가 150% 내외까지 치솟았던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한 지난 5월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현상유지와 회복이라고 할 수 있으나, 미국은 사실 중요한 양보를 했다.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첨단기술 수출 통제 및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처음으로 완화한 것이다. 첨단기술 접근이 금지된 중국 기업의 수를 확대하려는 조처를 1년간 유예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0월 초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엔티티 리스트’를 확대하는 조처를 내렸는데, 이를 유보한 것이다.
이 조처는 엔티티 리스트에 들어있던 외국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이른바 ‘50% 엔티티 리스트 규정’이다. 자회사를 통해서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조처인데, 이번에 적용을 미룬 것이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은 이번 조처가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국가안보 관련 기술통제와 관련한 첫 양보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기술 수출통제와 관련해 오랫동안 추구한 이런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최고급 반도체인 블렉웰도 공급하는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측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수출통제 관련 업무를 했던 크리스토퍼 패딜라는 뉴욕타임스에 그동안 무역협상에서는 “‘그건 국가안보 문제이고, 무역협상에서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제일 먼저 말했다”며 “수출통제는 이제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 됐고, 이는 수십년간의 전례를 폐기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Q. 미국이 밀린 측면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희토류와 콩이 그렇게 위력적인가?
A. 중국은 콩 등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와 희토류 수출 규제로 협상 내내 미국을 궁지로 몰았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채굴과 처리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중국은 첨단 기술력을 구현하는 재료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무역합의에 앞서 오스트레일리아와 희토류 개발 협정을 체결하는 등 희토류의 공급망 장악력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캐나다의 주요 광업회사인 ‘파워 메타릭 마인즈’의 최고경영자 테리 린치는 미국이 2차대전 때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전력을 기울인 개발을 해도 희토류 공급망 확보는 5∼7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첨단기술 접근 제한 확대를 1년간 유예한 것처럼, 중국도 희토류 수출 제한을 1년간 유예했을 뿐이다. 서로가 상대의 약점을 쥔 셈이나, 중국의 첨단기술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콩 수입 재개를 허가했으나, ‘시장 가격’에만 구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콩 가격이 경쟁력이 없다면, 수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콩은 사료와 기름 등에 쓰는 필수적인 품목이기는 하나 수입원이 미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국은 2024년에 미국에서 125억달러 어치 콩을 수입했으나, 지난 5월 이후 수입을 중단해 25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올해 들어서 9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콩은 8618만톤이고, 이 중 85~89%는 브라질산이며 가격으로는 343억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브라질산 콩은 미국산에 비해 11월 선적된 1월 선물 기준으로 보면, 부셸 당 2.25∼2.30달러로 미국산 2.40달러에 비해 싸다. 중국이 더 사준다면, 브라질 콩의 가격은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중국은 같은 브릭스 국가이자, 트럼프 행정부와 사이가 안좋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정부의 브라질로부터 콩을 수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 콩이 생산되는 중서부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표밭이다. 콩 생산 농가가 타격을 받자, 트럼프는 100억∼140억달러의 보조금을 긴급 편성하는 등 다급한 처지다.
Q. 트럼프 행정부가 왜 이렇게 밀린 것인가?
A. 근본적으로 지난 10년간의 무역전쟁 동안 성장한 중국의 역량을 과소평가한 것도 있으나, 협상 전략의 실패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인 12월부터 중국에 펜타닐 관세 등으로 무역전쟁을 위협했다. 중국은 12월에 즉각 희토류에 대한 첫 수출규제를 내놓았고,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본격적으로 부과한 지난 4월2일 직후에도 그 규제를 확대했고, 5월에는 콩 수입 중지를 내렸고, 10월 들어서 다시 희토류 수출 규제를 확대했다.
지난 4월 트럼프의 상호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확대 뒤 양국은 5월12일 제네바에서 관세를 유예하는 임시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미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 화웨이가 만드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미국의 수출통제를 위반했다고 발표해 중국을 자극해, 미국 콩 수입 금지를 촉발했다. 그 이후 양국은 다시 유럽 주요 도시를 돌면서 무역협상을 지속했고, 9월에 트럼프와 시진핑은 원만한 타결을 약속하는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또 그 직후에 미국이 첨단기술 접근이 제한되는 중국 기업을 확대하는 ‘50% 엔티티 리스트 규정’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중국은 다시 희토류 규제 확대로 맞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가 전략을 조율하는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의 축소 등으로 안보와 경제, 외교 문제를 총괄하는 능력이 위축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기존 관행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그동안 패권국가로서 다른 나라와 모든 협상을 우위에 서서 밀어붙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주한 ‘대등한 경쟁자’인 중국에는 통하지 않고, 오히려 역공의 빌미만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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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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