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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단독] “불법추심 피해 가족 여전히 사각지대”…채무자대리인 제도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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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신청 8819건 중 가족지원 6건
    불법추심근절 강조에도 제도 ‘구멍’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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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가 불법추심 근절을 위해 채무자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도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확대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제 지원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불법추심 근절을 정책 우선순위로 내세운 만큼,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족 지원’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채무자대리인 제도 가족지원 신청은 총 45건이었으며, 이 중 실제 지원이 이뤄진 건수는 16건에 그쳤다. 올해 전체 채무자대리인 지원 건수가 8819건에 달했지만, 가족지원은 단 6건으로 비중이 0.06%에 불과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불법추심이나 과도한 채권추심 피해를 겪는 채무자에게 변호사를 지원한다. 2020년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땐 채무 당사자만 지원 대상이어서, 불법추심 과정에서 가족이나 지인이 피해를 입더라도 법률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채무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 등 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고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채무자와 함께 거주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친족,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 등 ‘채무자 관계인’도 1인당 최대 5명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제도를 확대했다. 그러나 제도 개선 이후 실적이 저조한 것은 채무자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절차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불법추심 피해 신고 과정에서 채무자와 가족 간 연락이 끊기거나, 채무자가 구속·치료 중인 경우 사실상 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법추심 피해가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확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채무자 관계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제도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9%가 불법추심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지인 추심)’가 72.2%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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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영 의원실 제공]


    이인영 의원은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가족·지인 등 관계인까지 확대한 근본 취지는 불법추심 피해가 가족과 주변으로 번지는 현실에서 사각지대 없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관계인이 직접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요건을 완화하고, 추심 피해 다발 가구에 대한 우선지원 시스템 도입, 관계인 보호를 위한 예산 항목 신설 등 구체적인 강화 방안을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내년도 채무자대리인 제도 예산을 올해보다 22%가량 늘려 약 19억원 편성했다. 올해 10월까지 신청 건수가 8800건을 넘어서는 등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는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무자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의 심리적·경제적 피해가 심화되는 현실을 고려해 제도의 실효성과 예산 운용 체계를 보다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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